'공소시효 연장' 개정안 국회 상정
업무상 위력 추행죄 처벌 강화해야
[ 신연수 기자 ] 용기를 내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들에게 법이 다시금 생채기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의 한계로 가해자에게 실질적인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피해 사실들은 길게는 몇십 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서지현 검사는 성추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8년이 걸렸고, 최영미 시인은 30대 초반에 당한 사실을 알리는 데 20년 넘게 걸렸다. 문화예술계 성추행·성폭행 피해자 대부분이 사건 발생 직후에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이 많다. 형사소송법상 강간과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각각 10년이다. 1993년 서울 탑골공원 인근 술집에서 이뤄진 고은 시인의 성추행, 2001년과 2004년 하용부 전 밀양연극촌장의 여성 단원 성폭행, 2003년 배우 오달수 씨의 동료 배우 성추행 등에 관한 폭로가 모두 사실이어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이유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더라도 친고죄 조항이 또 다른 걸림돌이다. 친고죄는 범죄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2013년 6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은 폐지됐으나 그 이전 범행에 대해선 당시 피해자가 6개월 내에 고소하지 않았다면 수사와 처벌이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13년 6월 이후 사건은 피해자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고 당부했지만 막상 처벌돼도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수, 감독 등 권위를 이용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음을 증명해야만 성립되는 일반 강제추행죄보다 형량이 낮아 최대 2년 징역 혹은 500만원 벌금형에 그친다.
피해자가 민사적으로 구제받기도 쉽지 않다.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피해발생일부터 10년, 가해자가 누군지 아는 경우 3년으로 제한된다.
피해 사실을 밝히기까지 오랜 세월이 필요한 업계와 사회 풍토를 고려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대부분 사례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경력이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권력을 가졌다”며 “피해자들이 망설이느라 폭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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