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급파된 김진표… 한미 통상·안보 현안 '막후 협상' 역할하나

입력 2018-03-02 18:51  

'그레이엄 목사 추모' 한국대표로 1일 출국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 참석
트럼프 대통령과 조우 가능성
미국 정부·의회 통상 관계자 면담
안보관련 메시지 전달할 수도

'막역 관계' 트럼프·그레이엄 일가
트럼프 영적 멘토 프랭클린 그레이엄
김 의원이 초청해 문 대통령 만나기도



[ 김형호 기자 ]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미국과의 경제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방문단 대표 자격으로 미국에 급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정부 고위 핵심 인사들과의 만남이 예정돼 김 의원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여권과 청와대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달 22일 타계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 조문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철강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방문단의 국회 대표 자격으로 지난 1일 출국했다. 김 의원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하는 그레이엄 목사의 장례식에 한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정부 및 국회 관계자 가운데 장례식에 초청받은 인사는 김 의원이 유일하다. 형식은 국회 대표 자격이지만 김 의원은 방미 기간에 윌버 로스 상무장관,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 등 통상·외교와 관련한 고위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의 접촉 과정에서 통상 문제뿐 아니라 대북 특사 파견 등 안보 현안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그레이엄 목사가 미 정부의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민간인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김 의원을 국회 대표 자격으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이번 방미가 주목되는 것은 그레이엄 목사 일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목회자로 평가받은 그레이엄 목사의 뒤를 이은 장남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지도자로 꼽힌다. 매주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펜스 부통령이 참석하는 조찬 기도회를 열 정도로 긴밀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보수 개신교계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프랭클린 목사는 특히 지난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기여했다. 김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6월 친분이 있는 종교계 인사를 통해 프랭클린 목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 의원의 초청을 받은 그는 “한국의 새 대통령을 만나는 일이라면 당장 가겠다”며 당시 머물고 있던 알레스카에서 직접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몰고 한국을 찾았다. 청와대에서 1시간 동안 문 대통령과 면담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전달해 정상회담의 성공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평가다. 이 관계자는 “프랭클린 목사는 현재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최근 한·미 간 통상 문제뿐 아니라 대북 특사 파견에 앞선 한·미 간 의견 조율 등 여러 현안을 비공식 채널에서 다루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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