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두 얼굴 ‘카타르시스’와 ‘정신 수양’… PKM과 비선재에서 열리는 서로 다른 두 전시회

입력 2018-03-02 19:02   수정 2018-03-02 21:01


작가의 예술행위는 ‘감정의 카타르시스’일까 ‘정신 수양’일까. 두 가지 상반된 느낌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동시에 열려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신민주 작가의 개인전 ‘추상 본능’은 역동적인 에너지를 담은 추상화 12점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신 작가는 캔버스 위에서 밀대를 이리저리 거칠게 밀며 무채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깔의 아크릴 물감을 펴 발랐다. 작품이 주는 느낌은 강렬하면서도 묵직하다. 아크릴 물감 특유의 차가운 느낌도 살아있다.

신 작가는 “살면서 겪은 고통스러운 사건이 이같은 작품을 그리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심적 고통이 이미지화해 작가의 내면에 축적됐고 이 이미지가 붓질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됐다고 한다. 맺힌 응어리를 풀듯 거칠고 빠르게 작업하다보니 큰 작품을 그리는데도 1~2시간 밖에 안 걸린다. 물감이 튄 자국이 많은데 이 또한 정상적인 작품의 일부다. 신 작가는 “작품을 그리는 행위가 카타르시스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한남동 갤러리 비선재에서 하는 윤양호 작가(원광대 선조형예술학과 교수)의 개인전에서는 상반된 느낌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윤 작가는 안료 ‘IKB’에 모래와 작은 돌을 섞어 캔버스에 붓으로 펴발랐다. 단색화 계통의 작품들로 주로 파란색을 썼고 더러 황색도 있다. 은은하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캔버스에 펴 발라진 작은 알갱이는 시멘트 벽을 마감할 때 생긴 손자국 마냥 친근한 느낌을 준다. 크기는 10호 미만에서 200호까지 다양하다.

윤 작가의 작품에는 불교 사상이 담겨 있다. 그는 주로 원을 그렸는데 이는 불교에서 윤회를 상징한다. 사각형으로 보이는 작품도 큰 원의 일부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안료를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여러번 덧칠했는데 이를 그리는 과정 자체가 작가에게 정신을 수양하는 과정이었다. 윤 작가는 “예술가의 길을 살아가는 나에게 수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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