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만 기자 ] 6·13 지방선거를 100일 앞두고 예비후보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교육감 등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3월 초순에 출판기념회를 연다. 서울에서만 40여 개 출판기념회가 예정돼 있다. 선거법상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90일 전인 3월14일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말 그대로 책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다. 공직 후보자로 나서는 정치인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알리고, 유권자는 후보자의 비전과 정보를 알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은 현실에서 유권자에게 쉽게 다가갈 기회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창구로 변질된다는 허점은 불편한 진실이다. 책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정가보다 싸게 팔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반대로 책값의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등은 후원회를 통하지 않은 정치자금 모금과 공직자의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 초과 금품 수수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출판기념회는 예외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인이 출마를 앞두고 연 출판기념회에서 모금함과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놓고 현금이 든 봉투로 책값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재선·3선에 도전하는 시·도지사의 경우 부하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한다.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출판기념회에서 받는 돈은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아 수입과 지출에 관한 회계를 보고할 의무도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정치자금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2014년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의원들 반발로 법 개정이 이뤄지는 않을 것이다. 출판기념회를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모으는 기회로만 악용하는 정치인을 걸러지 못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실패한 꼴이다.
남은 100일 동안 예비후보는 유권자 마음을 얼마나 잘 읽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린다. 출판기념회 ‘성적’이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되지내는 것은 오롯이 유권자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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