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다리 힘 들어갈 때 옷감과 연결된 와이어 작동
신진대사량 최대 17% 아껴
한국인 연구원도 개발에 참여
[ 박근태 기자 ] 재미 한국 여성 과학자가 주도한 미국 연구진이 바지처럼 착용하면 걸을 때 힘이 덜 드는 ‘입는 로봇’을 개발했다. 바지 형태의 로봇이 착용한 사람의 걸음걸이 특성을 스스로 분석해 힘을 가장 덜 들이고 걷는 방식을 찾아내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랩의 코너 월시 교수와 스콧 쿠인더스머 교수, 김명희 박사후연구원 팀은 사람 걸음걸이에 맞춰 힘을 내는 ‘소프트 엑소슈트(외골격 로봇)’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가 소개했다.
개인 걸음걸이에 맞게 설정 변경
공상과학(SF) 영화 아이언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외골격 로봇은 팔이나 다리를 기계장치로 감싸 근력을 높여주는 보조장치다. 몸을 지탱하는 기계 골격이 밖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상당수 외골격 로봇은 사람 팔과 다리에 금속 뼈대를 입히고 모터와 기계 관절의 힘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웨어러블(입는) 로봇, 엑소슈트로 불리는 옷처럼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도 바지처럼 입는 외골격 로봇이다. 다리에 힘이 들어갈 때 와이어를 당겨 적은 힘으로 걷게 하는 원리다. 이전에도 비슷한 로봇이 등장한 일은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범용 모델을 개발하기 어려웠다. 사람마다 걸을 때 들어가는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사람에 따라 가장 힘이 덜 드는 조건을 찾아내 작동 방식이 바뀐다.
연구진은 로봇을 입고 걸을 때 내뱉는 숨 속 공기 비율을 보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사람이 걸을 때 힘이 들면 날숨에 섞인 산소와 이산화탄소 비율이 올라간다. 연구진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힘이 많이 들 때 최적의 엉덩이 힘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보폭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로봇이 사람의 걸음걸이와 칼로리 소모율을 인식해 가장 적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작동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건강한 남성 여덟 명에게 로봇을 입히고 호흡 측정 장치를 착용한 채 러닝머신을 걷게 한 결과 그냥 걷는 것보다 17.4%까지 신진대사량(힘)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않은 외골격 로봇을 입었을 때보다 60% 힘을 절약했다. 로봇 스스로 최적화된 작동 방식을 알아내는 데는 20분이 걸렸다. 알고리즘 개발을 주도한 김 연구원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KAIST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카네기멜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분야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이 있다.
같은 연구실서 엑소슈트 개발
이번 연구논문의 교신 저자인 월시 교수는 지난해 이기욱 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당시 박사후연구원)와 세계 최초로 입고 달릴 수 있는 엑소슈트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조깅할 때 속도인 시속 8㎞보다 빠른 시속 9㎞ 속도를 낸다. 당시 개발한 로봇도 이번에 개발한 로봇과 같은 바지 형태다. 하지만 누가 입어도 맞춤형으로 작동하는 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
개인 맞춤형 외골격 로봇이 개발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영국 퀸메리대 연구진과 독일 마그데부르크대 연구진은 지난해 9월 뇌성마비 환자의 걸음걸이 특성을 비교해 보행을 돕는 발목 보철 장치를 개발했다.
로봇을 신체 특성에 맞게 신속하게 변경하는 알고리즘 기술은 외골격 로봇 보급에서 핵심 열쇠다. 사람에 따라 로봇을 제작하면 그만큼 제조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 데일리는 이번 연구로 로봇이 사람에 맞게 신속하게 설정을 바꾸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김명희 연구원은 “착용형 로봇은 걷기 효율성이 높지만 사람에 따라 신진대사량에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의 재활 등에 활용하려면 개인의 신진대사 특성에 맞게 작동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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