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탄소섬유라도 일본산은 항공기에, 한국산은 낚싯대에…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잘나가는 화섬도 더 키워야
[ 안효주 기자 ]
한국 섬유산업은 전형적인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있다. 산업용 섬유 등 첨단 섬유 분야에서는 일본 유럽 등에 밀리고 전통 섬유산업에선 후발국에 따라잡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돌파구를 찾으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제품 시장을 공략할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다. 한국 업체의 가공기술이나 제조 숙련도는 선진국 업체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탄소섬유라도 일본 제품은 항공기 동체에도 들어가는 데 비해 국내산은 낚싯대 손잡이에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첨단 산업용 섬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산업용 섬유란 자동차 공장, 건설 현장 등에 쓰이는 섬유를 가리킨다. 철보다 강도가 5배 이상 높아 방탄조끼 재료로 쓰이는 아라미드, 철의 5분의 1 수준으로 가볍고 10배 이상 강해 전투기와 고층 빌딩에도 사용되는 탄소섬유, 내열성이 좋아 화력발전소의 여과장치에도 쓰이는 PPS 섬유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은 화학섬유 산업도 더 크게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산 스판덱스가 대표적이다. 부가가치가 높아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는 실용성이 커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원래 길이보다 5~8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탄력성이 좋으면서도 고무줄보다 3배 이상 강도가 세다. 여러 번 빨아도 쉽게 변형되지 않는 등 내구성도 좋다. 효성이 세계 시장 1위 점유율(32%)을 자랑한다.
자동차 타이어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도 각광받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모양을 잡아주면서 내부를 채우는 보강재로 쓰인다. 비포장 도로용 타이어에는 나일론 타이어코드가, 포장 도로를 주로 달리는 승용차용 타이어코드에는 가격이 비싼 폴리에스테르 타이어코드가 사용된다. 한국 업체들은 주로 폴리에스테르 소재 타이어코드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효성(45%)과 3위인 코오롱인더스트리(15%) 등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산 저융점섬유(LMF)도 고부가가치 섬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MF는 265도에서 녹는 다른 폴리에스테르 소재 섬유와 달리 110도 정도에서도 녹기 시작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열을 가하면 소재와 소재 사이에서 쉽게 녹아내려 접착제 역할을 한다. 친환경 물질이어서 자동차와 가구뿐만 아니라 기저귀 같은 위생용품에도 접착제로 들어간다. 연간 30만t의 LMF 생산능력을 갖춘 휴비스가 세계 시장 점유율 30%로 1위에 올라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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