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추락한 가족의 가치를 회복해야

입력 2018-03-06 17:46  

장려금으로 출산율 높인다는 헛된 믿음처럼
복지 등 명목의 국가개입은 가족기능만 훼손
가계 간섭 줄이고 시장자유 존중하는 게 최선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 자유주의경제철학아카데미 원장 >



가족은 늘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불평등의 원천이라며 가족제도를 철폐하거나 복지사회라는 명분으로 가족에게서 복지·보육·교육기능을 빼앗았다. 한때는 다산(多産)을 이유로 가족을 통제하더니, 이제는 출산 장려 목적으로 가족의 자율을 유린한다. 가족이 번식을 위한 국가의 대행업자가 된 것이다.

이쯤에서만 봐도 가족은 사회주의의 노리개다. 가족과 시장의 두 세계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가족 윤리’를 시장에 확대·적용하는 잘못된 가족정책 때문이다. 가족은 얼굴을 마주하는 친숙한 사람들끼리 사는 작은 사회다. 가족 바깥의 시장은 낯설거나 직접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사람들끼리 협력하는 익명의 거대 사회다.

가족은 유대감, 나눔, 돌봄 같은 본능적 집단주의 윤리가 지배하는 위계구조다. 시장은 정직, 소유, 계약, 책임 등 개인주의의 윤리적 가치가 지배하는 복잡한 수평구조다. 가족 윤리는 친족끼리 소규모로 무리를 지어 수렵 채취로 살던 석기시대의 산물로, 현대인의 본능적 심리구조에 뿌리박혀 있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개인주의의 시장 윤리를 집단주의적 가족 윤리로 교체하려는 시도는 옛 소련·동유럽 사회주의 혁명이 보여주듯 실패가 필연이다. 가족을 번식의 대행업자로 전락시킨 출산장려정책도 실패했다. 냉장고를 구매하듯 출산도 수지 타산에 따라 결정한다는, 그래서 돈을 퍼주기만 하면 출산 문제는 해결된다는 가족정책의 믿음도 틀렸다. 출산은 본능이나 이성이 아니라 가치, 세계관, 종교 등 사회문화의 소산이다. 출산 문제는 그래서 국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개인의 삶을 책임지는 복지국가도 가족 고유의 기능을 해체시킨 나머지 가족 유대감을 약화시켜 가족 파괴를 불러온다는 건 유럽의 복지국가가 입증한다. 특전·특권을 통해서 개인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는 미숙하고 책임감이 없는 노예 근성의 인간만을 창출했을 뿐이다. 모든 가족정책은 얄궂게도 시민들이 낸 돈을 퍼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조달한 재정으로 스스로를 국가에 예속시키게 됐다.

따라서 우리는 가족 윤리의 확대·적용 대신에 두 세계에서 동시에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문화적 진화는 현대인에게 배움의 중대한 과제를 안겨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회주의는 그걸 인식하지도 못하고 석기시대 정신에 머물러 있다.

그런 배움터가 가족이다. 이게 가족이 위대한 이유다. 어린 자녀들에게 가족·시장도덕률을 가르치고 적용 방식을 훈련시키는 게 가족의 핵심 기능이다. 부모는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예를 들면 시장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필요한 행동을 함으로써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시장 윤리를 자녀에게 전달한다. 자녀들은 모방을 통해 언어를 배우듯 이렇게 정의감, 법 감정 등 암묵적 도덕규칙까지도 습득한다.

가족은 어린이로 하여금 마음을 터놓고 정신을 집중해 학습할 수 있게 하는 온화하고 친숙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가족은 어린이에게 최상의 협조적인 학습 과정을 창출한다. 학교, 종교조직 등 그 어떤 것도 가족을 대체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어떤 동물보다도 인간의 유년·학습기간이 긴 것도 어린이로 하여금 두 세계의 복잡한 도덕률을 충분히 터득·훈련시킬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가족제도가 없이는 시장이 존립하기 어렵다.

시장이 없으면 윤택한 가족도 있을 수 없다. 남성을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여성을 남성의 경제적 예속에서 해방시킨 건 시장의 경제적 번영이었다. 이혼율이 늘어난 것도 여성의 경제적인 독립성 때문이다. 그러나 싱글사회, 비혼동거 등 그 어떤 것도 가족을 대체하지 못한다. 가족은 심리적·경제적 안식처를 제공하는 자연적 단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부부는 경제적 필연에서 형성됐지만 이제는 부부가 낭만적 로맨스로 발전한 것도 시장경제 덕택이다.

가족이 인간답고 존엄한 배움터가 되려면 정부가 빼앗은 재정적 수단과 책임을 가족에게 돌려줘야 한다. 가족의 독립성을 회복하는 것이 최선의 가족정책이다. 첩첩이 쌓인 시장 규제 철폐도 중요하다. 윤택한 삶을 위한 일자리와 소득 증대를 가족에게 안겨주기 때문이다. 가족의 독립성과 시장의 자유, 이 두 가지를 회복하는 것만이 추락한 가족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kwu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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