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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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출판계에 페미니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근대 신여성의 효시’라고 불리는 예술가 나혜석(1896~1949)을 다룬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양성평등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봉건적인 성 관념을 거부한 그의 삶과 사상을 담은 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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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 수록된 ‘이혼고백장’은 여성에게만 정조를 강조하는 남성중심주의를 고발하는 수기다. 나혜석은 파리 유학 시절 교제한 최린에게 유학에서 돌아온 이후 다시 편지를 보내자, 남편은 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그는 자신이 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여성에게만 정조를 요구하는 가부장제를 비판한다.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그네들은 적실, 후실에 몇 집 살림을 하면서도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고 있구려.”
나혜석의 글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낡아 보이지 않는다. ‘우애 결혼, 시험 결혼’에서는 이혼의 비극을 막기 위해 시험 결혼이 필요하고, 시험 결혼 기간에는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첫 아이를 낳고 난 뒤 발표한 《모 된 감상기》에서는 “임신을 인정하기 싫었고, 촉망받던 예술가로서의 인생이 헝클어져 원통한 마음이 컸다”며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며 사회에서 학습된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출간된 《조선 여성 첫 세계일주기》(가갸날)는 나혜석이 1927년 6월~1929년 3월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유럽 각지와 미국을 돌며 겪은 일들을 풀어낸 글이다.
세계 각지의 신문물을 접하며 나혜석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는 옷을 사 입는 중국 하얼빈 여성들을 바라보며 “여름이면 다림질, 겨울이면 다듬이질로 일생을 허비하는 조선 여성이 불쌍하다”고 개탄한다. 영국 런던의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이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주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큰 감동을 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내가 훗날 조선 여권 운동의 시조가 될지 압니까”라고 말한 대목도 흥미롭다. 남성에게 종속되는 존재가 아닌, 한 개인으로 탈바꿈해가는 신여성의 여정을 그린 중요한 기록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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