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야당 대표들 '남북 합의' 놓고 설전
질문 공세 수위 높인 홍준표
"이번만큼은 북한에 속지말길
비핵화 중심 두고 협상해야"
문 대통령 "최종 목표는 핵 폐기
남북대화 이면 합의 없었다"
문정인 특보 감싼 문 대통령
홍준표 "한·미 이간질…해임을"
문 대통령 "야당 대변하는 특보 아냐"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있어 아주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초청 오찬에 앞선 인사말에서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사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의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식사와 함께 대북특별사절단을 이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북 결과를 경청한 후 주요 현안에 대해 문답형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홍준표, 문 대통령과 정면충돌
청와대 회동에 처음 참석한 홍 대표는 비핵화 관련 협상 내용과 정상회담 시기 등을 놓고 문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다.
먼저 홍 대표는 “핵폐기로 가야지, 잠정적 중단으로 가면 큰 비극으로 갈 수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당연히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이고, 핵확산 방지나 핵동결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면서도 “핵폐기가 어려울 수 있는 현실적 문제를 보면서 핵폐기 전 단계까지 이런저런 로드맵을 거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곧바로 “(북한이 언론 발표에) 비핵화 의지를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유훈으로 수없이 밝혀왔는데 그게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적어도 (북한과 미국 간) 선택적 대화, 예비적 대화를 위한 미국의 요구 정도는 갖춰진 것 아니냐고 보는 것뿐”이라며 “성급한 낙관도 금물이지만 ‘다 안 될 거야, 다 이것은 그냥 저쪽에 놀아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할 일도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대화를 반복하는 동안 북핵은 완성 마지막 단계에 왔다. 3개월, 1년 내 핵 완성을 이야기하는데 (남북 정상회담이) 시간 벌기용 회담으로 판명나면 국민들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며 “대안이 있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했고, 홍 대표는 “모든 정보와 국제사회를 총망라하는 문 대통령이 내게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맞받았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 거취 문제를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홍 대표는 “문 특보는 한·미 관계를 이간질시키는 사람이다. 나라를 위해 문 특보를 파면하는 것이 옳다”고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저는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입장을 말하는 특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즉각 거부했다. 이어 “문 특보 발언은 전체 강연의 맥락을 봐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관계자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조화를 이룰 수 있고, 우리 정부는 잘 조율된 논의 속에서 목소리가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文 “현 상황 살얼음판”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대북 접촉 장소를 묻는 홍 대표에게 “국외에서 따로 비밀 접촉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특사단을 파견한 이유에 대해선 “비핵화와 북·미 대화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뿐이고, 그 판단을 들어봐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는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으로, 성급한 낙관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굉장히 많은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북·미 대화의 진전이 있어야 정상회담 공간이 넓어진다”는 신중론을 폈다.
문 대통령은 ‘제재·압박이 중요하다’는 유 공동대표 지적에 “대북 제재·압박은 우리가 임의로 풀 수 없고, 남북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국제적인 제재 공조가 이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4월 말로 정한 것은 누구냐’는 홍 대표 질문에 “조기에 정상회담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가급적 6월 지방선거로부터는 간격을 둬서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 제시를 했고, 4월 말 정도가 좋다고 한 것은 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면서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선 “우리가 여러 가지 제안을 한 것이고, 남쪽의 평화의 집에서 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그중에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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