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이어… 지방선거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남북정상회담

입력 2018-03-07 18:33   수정 2018-03-08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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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안희정 악재' 덮을 카드 기대
"평화체제 구축 계기 마련" 화색
2000년·2007년 정상회담 뒤
김대중·노무현 지지율 크게 올라

선거때마다 '북풍' 프레임 등장
야당 '안보무능 심판' 제기하지만
정상회담 성과 땐 되레 타격

북미대화·정상회담 무산되면
오히려 여권이 역풍 맞을 수도



[ 김형호 기자 ]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남북 정상회담 정국이 6·13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여권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초대형 카드를 손에 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선거구도상 여권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일각에선 남북대화와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추진 과정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공동보조가 어긋날 경우 오히려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대북 특별사절단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의 합의를 끌어낸 데 대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크게 반겼다. 당내에서는 역대 남북 정상회담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 여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을 들어 지방선거 구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전인 4월 37.7%를 기록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담 직후인 6월에 54.4%로 크게 뛰며 후광 효과를 누렸다. 당시 옷로비 의혹과 측근 비리로 수세에 몰렸던 김 전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은 국정지지율을 회복하는 활로 역할을 했다. 집권 5년차인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말 레임덕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 전후에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반등했다.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각각 3년차, 5년차에 진행됐던 과거 정상회담과 달리 지지율이 60% 중반으로 고공비행 중인 1년차에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이슈를 보다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동력 등 내부 환경이 이전보다 우호적이라는 판단이다.

안보이슈는 선거 때마다 ‘북풍’ ‘신북풍’으로 불리며 민생문제와 더불어 전국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단골 프레임으로 꼽힌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안보 무능’을 앞세워 현 정부 심판론을 집중 제기하는 선거전략을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상황이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긴장 완화로 선회하면 보수야당으로선 가장 날카로운 ‘창’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안보문제는 때로 뜻하지 않은 ‘역풍’을 낳기도 했다. 2010년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둔 4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보수층의 심리를 자극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전쟁 대 평화’ 프레임을 낳고 이에 불안심리를 느낀 중도층이 돌아서면서 여권에 패배를 안겼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안보와 평화 이슈가 선거 프레임으로 등장하면 안정을 희구하는 중도층이 평화로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런 측면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미 간 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4월 정상회담과 북·미협상에 대한 미국 태도가 변수라고 전제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불협화음으로 인해 북한이 태도를 바꿔 정상회담을 철회하거나 한·미 공조에 이상이 생기면 오히려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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