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정한 지식은 집단지성서 나온다

입력 2018-03-08 17:10  

지식의 착각

스티븐 슬로먼·필립 페른백 지음 / 문희경 옮김
세종서적 / 376쪽│1만8000원



[ 김희경 기자 ] 매일 변기를 사용한다. 변기 물도 익숙하게 내린다. 그러면 변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있는 걸까? 변기 물을 내릴 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자기, 금속, 플라스틱 원리를 알아야 변기가 어떻게 제작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 화학을 알아야 변기를 어떻게 밀봉해 욕실 바닥에 물이 새지 않게 설치하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변기뿐만 아니다. 매일 스위치를 누르고 방에 불을 켜지만 전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듯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것 중 대부분은 잘 모른다. 아무리 이름난 학자라도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이상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지식의 착각》은 한없이 위대하지만, 한없이 무지한 인간들이 행하는 여러 착각에 대해 알아보고 여기에 담긴 심리를 분석한다. 저자는 브라운대 심리학 교수인 스티븐 슬로먼, 같은 대학에서 인지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필립 페른백이다. 이들은 “사람은 알아야 할 것의 극히 일부만 알면서 많이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각양각색의 개성을 뽐내는 인류의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지식의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주제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는 행위만으로도 자신이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한다. 그 주제와 관련된 지식이 세상에 존재하고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인터넷 검색 결과 페이지에 뜬 내용을 보면서 대부분 이해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그저 ‘느낌’일 뿐이다. 해당 주제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보라고 요구받는다면 대부분 비지땀을 흘린다.

지식의 착각을 깨닫고 나면 교육의 목적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랜 기간 교육을 받지만 지식수준은 여전히 낮다. 교육의 목적은 지식을 통달하도록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의 지식을 단순히 늘리는 게 아니라 타인의 머릿속에 든 지식에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저자들은 이에 따라 ‘지식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방식이다. 지식 공동체의 핵심은 개인의 지능이 아니라 팀워크다. 끈끈한 팀워크 안에서 협력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힘입어 빛나는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다. 저자들은 “진정한 지식은 인간의 의도를 공유할 수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라 집단지성에서 발견될 것”이라며 “크라우드소싱 등으로 다양한 사람의 지식과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지금은 양질의 지식 공동체를 조직하기 좋은, 결정적 순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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