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파문 확산… "대선 경선캠프서도 성폭력 일상적"

입력 2018-03-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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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의견제기 묵살"
캠프 참가자들 잇단 폭로

안 전 지사 회견 취소에 "마지막까지 기대 저버려"
도민·도청 직원들 분노



[ 강태우/김기만 기자 ] 수행비서의 폭로로 시작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관련 ‘미투’ 움직임이 주변의 잇단 고백을 부르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대선의 유력주자였던 안 전 지사 캠프에서 성폭력이 일상적이었고 소통불능의 반민주적인 행태도 만연했다는 폭로까지 등장했다.

대선 당시 안 전 지사 지지자들이 운영한 트위터 계정 ‘팀 스틸버드’는 8일 “캠프 구성원 중 일부의 요청에 따라 메시지를 전한다”며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고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선배에게 머리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넘어가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팀 스틸버드는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파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안 전 지사는 8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은 오후 3시로 사전통보한 기자회견을 2시간여 앞둔 낮 12시56분 ‘검찰 출석이 국민 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한다’는 안 전 지사의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자신이 주도해 세운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이 하루 전에 자신도 ‘1년 넘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해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점이 회견 취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준섭 도청 공보관이 대독한 문자메시지에서 안 전 지사는 “거듭 사죄드린다”며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나를 소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 4일째 잠적한 안 전 지사가 공개석상에서 제대로 사과할 것으로 기대했던 도민과 도청 직원들은 일방적인 회견 취소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민원인 김모씨(56)는 “공식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어떤 말을 할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보려고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홍정식 씨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해놓고 다시 한번 국민을 우롱했다”고 말했다. 도청의 여성 공무원 박모씨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직원들에게 얼굴을 보여주며 사과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공무원노조도 가세했다. 김태신 충청남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피해자 발생 후 4일 동안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국민과 약속한 기자회견조차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비겁하게 또 숨어버렸다”는 내용의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홍성=강태우 기자/김기만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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