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춘호 기자 ] 캐나다 경제가 이상하다.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5%에 불과하더니만 4분기에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본다. 내년 전망치는 1.6%로 더욱 하향세다. 앞으로 50년 동안 현재 성장률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는 맥킨지 보고서도 캐나다를 암울하게 한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8일 금리를 동결했다.
무엇보다 수출 약발이 안 먹힌다. 올 1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원유와 자동차 교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쟁국이 된 캐나다
캐나다는 미국에 50년 동안 원유를 수출한 국가다. 하지만 셰일오일 등장으로 미국이 원유를 수출하면서 미국과 경쟁을 하는 국가로 변했다. 다른 나라에 원유 수출을 모색하지만 쉽지 않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캐나다는 자동차 생산의 95%를 미국에 수출한다. GM, 포드, 도요타의 생산 공장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출이 줄었다. 올 1월에도 전월 대비 5.7% 감소했다.
이에 비해 멕시코는 수출이 상승세다. 무엇보다 자동차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잘나간다. 멕시코자동차산업협회(AMIA) 자료에 따르면 올 1~2월 멕시코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9.5% 증가했다. 멕시코 역시 전체 자동차 생산의 75%를 미국에 수출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이다. 1992년 NAFTA가 체결된 이후 이들 국가는 26년 동안 미국 수출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금 이들 국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캐나다는 곤란을 겪고 있고 멕시코는 순풍이다.
물론 미국 시장의 변화가 한몫한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는 1.8% 줄었다. 특히 고급 차량이 줄고 있는 데 반해 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특수 차 수요는 늘고 있다. 현재 미국 자동차 수요의 67.5%가 픽업을 포함한 SUV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는 고급 차량 수출이 많은 데 비해 멕시코는 SUV나 트럭 등을 주로 생산한다. 이런 변화에 멕시코가 올라탔다.
핵심역량 없으면 바로 시장 도태
시장 다변화도 의미 있는 요소다. 멕시코는 유럽연합(EU)을 포함해 44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멕시코산 자동차는 이미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뻗어 간다. 남미에도 수출을 많이 한다. 멕시코에 진출한 완성차업체들은 이 같은 시장을 주목한다. 하지만 캐나다는 NAFTA 이외에 별다른 FT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EU와도 쌍무협상을 체결하려고 하지만 EU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핵심 역량이 서로 경합적인 반면 보완적이지 않다는 게 주요 이유다. 노동 비용도 두 나라의 향방을 갈라 놨다. 주요 자동차기업의 평균 노동 시간과 노동 비용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다섯 배나 차이가 난다. 그만큼 요소 비용에서 멕시코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지금 도요타, BMW, 볼보 등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시장을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요소 비용이 우위인 곳에서 비교우위가 발생하는 건 철칙이다. 자동차기업은 생산 비용이 낮은 곳을 찾아 생산하고 수출할 것이다. 가장 낮은 가격에 부품을 공급받으려 할 것이다. 멕시코 자동차기업이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의 55%는 미국에서 들여온다. 기계류도 물론 미국제가 40%다.
이 같은 미국과 멕시코의 생산라인 통합으로 인해 NAFTA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가치사슬에 얽혀 있는 게 기업이다. 캐나다가 그 사슬에서 우위를 찾지 못한다면 맥킨지의 예측이 맞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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