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현대상선, 6000억원 영구CB 콜옵션 당분간 행사 안하기로

입력 2018-03-09 16:55   수정 2018-03-16 17:42

9일부터 상환 가능해졌지만
자본 유출 최소화하기로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에 ‘집중’
금리상승 조건은 2020년부터 적용



≪이 기사는 03월09일(13:5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발행한 60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를 당분간 상환하지 않기로 했다. 생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확보한 유동성인데다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자금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3월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 CB에 붙은 조기상환 권리(콜옵션)를 적어도 올해 안에는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채권을 발행한 지 1년째인 이날부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졌다. 영구 CB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며, 일정 시점부터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IB업계에선 현대상선이 악화된 재무구조를 살리기 위해 이 CB를 발행했기 때문에 상환시기를 앞당기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영구 CB는 국내 해운사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동출자해 세운 한국선박해양이 모두 사들였다. 애초에 현대상선 지원 차원에서 이뤄진 발행이었기에 한국선박해양도 조기에 원리금을 상환받겠다고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3분기 말 441.4%였던 부채비율을 298.5%로 떨어뜨리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긴 했지만 아직 영업을 통해 현금을 벌어들일 만큼 수익구조가 좋아진 상황은 아니다. 2016년(8333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40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대형 투자에 적잖은 자금이 투입되는 것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6000억원 중 4000억원을 친환경 컨테이너선 구매와 국내외 항만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금액은 차입금 상환과 용선료 지급, 연료 구매 등에 쓰기로 했다. 불필요한 자본 유출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진 영구채(신종자본증권) 200억원어치도 상환하지 않았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금리상승 조건에 따라 연 7.05%로 발행됐던 이 영구채의 금리는 연 9% 중반으로 오른 상태다.

이번에 조기상환이 가능해진 영구 CB 역시 특정 시점부터 금리가 연 3%에서 연 6%로 오른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다만 발행한 지 5년째인 2022년 3월부터 발동되기 때문에 채권을 당장 갚지 않더라도 당분간은 금리 상승 부담에서 자유롭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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