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사가 로또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입력 2018-03-09 18:28  



(이심기 산업부 기자) 제주의 수출 1위 품목을 광어 등 생선에서 메모리 반도체로 바꿔놓은 제주반도체가 로또복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획재정부는 9일 차기 복권수탁사업자 입찰 결과 제주반도체가 포함된 ‘동행복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인터파크와 나눔로또 컨소시엄 등 경쟁자를 제친 제주반도체 컨소시엄은 기재부 복권위원회와 기술 협상을 벌여 이달중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2월부터 향후 5년간 로또, 즉석식 복권 등 복권사업을 수탁해 운영하게 된다.

제주반도체는 특이한 이력의 기업이다. 창업주이자 대표인 박성식 사장은 2000년 서울서 창업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엔지니어와 영업을 담당했던 그는 S램을 만드는 팹리스로 독립했다. 때마침 PC시장이 크면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 연간 100억원 안팎을 벌어들였다. 박 사장은 창업 5년째인 2005년 회사를 돌연 제주도로 옮겼다. 수도권 기업이 충남 천안 이남으로 이전하면 일정 기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조세제한특례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도 제주반도체로 바꿨다. 이 결과 제주의 수출 1위 품목이 가자미 등 생산이나 특산품인 감귤이 아닌 반도체로 탈바꿈했다. 2016년에는 3551만달러를 수출해 제주도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제주반도체가 전혀 낯선 분야인 로또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사업다각화를 위해서다. 제주반도체는 2기가비트(Gb) 이하의 D램을 설계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저사양 제품이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보급형 PC와 스마트폰 등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 규모가 8조원에 이른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3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제주반도체는 이번 복권수탁사업으로 매출도 늘리고 기업 인지도및 신뢰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복권사업을 도덕성, 공정성의 원칙에 맞춰 잘 수행해 복권의 순기능을 알리고 복권 사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 추산액은 약 3조7948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동행복권 컨소시엄에는 주관사인 제주반도체를 비롯해 한국전자금융, KIS정보통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MBC 나눔, 에스넷시스템 등 10개사가 참여했다.

이날 제주반도체 주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차기 로또 사업자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7.83% 급등한 62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상승률이 16%까지 치솟기도 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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