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데이비드 샴보 교수 "시진핑은 뼛속까지 강성 권위주의자… 한국, 아시아 전략 새 판 짜야"

입력 2018-03-11 17:31   수정 2018-03-12 09:31

중국 연구서적만 30여권…미국 최고 중국전문가

종신집권 길 열린 시진핑
내부선 정치·언론 통제 나서고
외부선 강경한 대외정책 펼 것

중국 '저항하면 벌 한다'식
'21세기 조공 시스템' 만들 것
한국은 사드사태로 이미 겪어

한국, 북한·중국 문제 넘어선 아시아 전략은 부재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 줄이고
미국·일본·동남아 등과 연대 나서야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 내 최고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지난 6일 “중국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진단했다.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길을 터주는 헌법개정안 표결을 앞두고서다. 그는 2년 전 저서 《중국의 미래(China’s future)》에서 이런 상황을 정확히 예견했다.

마침 이달 초 그의 저서가 한국에서 같은 제목으로 발간(한국경제신문·256쪽)됐다. 워싱턴DC 연구실에서 만난 샴보 교수는 “역사상 민주화를 이루지 않고 경제현대화를 이룬 국가는 하나도 없다”며 “시진핑은 정치 체계를 개혁할 생각이 없고, 이 때문에 중국의 지위는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0년간 중국 연구에 천착해 온 그는 중국을 ‘로터리에 도착한 자동차’에 비유했다. △퇴행과 위축, 붕괴로 갈 위험이 높은 신(新)전체주의로의 회귀 △제한적 개혁의 길이 가능한 ‘경성 권위주의(hard authoritarianism)’의 유지 △권위주의 노선은 유지하지만 정치 시스템의 제한적 자유화도 가능한 ‘연성 권위주의(soft authoritarianism)’로의 복귀 △준(準)민주주의 추구 등 네 갈래 선택 앞에 섰다는 분석이다.

샴보 교수는 “시 주석은 뼛속까지 강성 권위주의자”라며 “그가 종신 집권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중국은 ‘신전체주의’로 나갈 가능성까지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은 주변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 중국에 대응하는 아시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국에서 이제 개혁이 힘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근거가 무엇입니까.

“중국은 소련 붕괴 후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에 약 10년간의 연성 권위주의 시기를 거쳤습니다. 개혁작업을 주도한 사람이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입니다. 그러나 그가 2008년 실각한 뒤 개혁은 중국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은 ‘뼛속까지’ 강성 권위주의자입니다. 그의 집권1기 5년간 키워드는 국가와 당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선포했습니다. 그게 시진핑이고, 중국이 앞으로 갈 방향입니다. 시 주석은 임기 제한까지 없앨 태세입니다. 시 주석이 전복되지 않는 한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이 10년간 더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치 압박과 언론 및 지식인,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가 이어질 것입니다. 경성 권위주의는 쉽게 신전체주의로 바뀔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통제가 강조될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더욱 강경한 대외정책이 나올 것입니다. 미국 일본 남아시아 인도 등과 충돌이 불가피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국인들도 그런 미래를 예견하게 됐을 것입니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공산당 내부에도, 군부 내에도, 대학에도, 기업에도 이런 중국의 변화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언론 등이 철저하게 통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쿠데타가 없다면 말이죠. 그렇다고 쿠데타를 기대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중국 내에서 중국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이 강성 권위주의로의 미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군요.

“정치과학에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이란 전문용어가 있습니다. 현재 가고 있는 정치·사회·문화의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을 뜻합니다. 관성입니다. 중국은 강경 권위주의로 들어섰습니다. 중국이 그 방향을 틀기보다는 그쪽으로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중국의 변화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의 패권주의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중국의 미래를 얘기할 때 제국주의나 패권주의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습니다. 적절한 단어가 아닙니다. 저는 대신 조공제도(tribute system)의 부활을 말합니다. 중국은 주변국을 상대로 21세기판 조공제도를 만들고 싶어 할 것입니다. 사드가 그런 예입니다. 중국은 레이더나 미사일 때문에 한국을 제재한 게 아닙니다. 그들이 발끈한 것은 그들이 싫어하는 것을 한국이 강행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재를 가했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양국 간의 기본 관계가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저항하면 벌한다’죠. 그걸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는 한국의 선택입니다.”

▷아시아엔 중국만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정확한 지적입니다. 중국이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두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첫째가 미국과 일본입니다. 이들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는 균형판입니다. 두 번째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의 영향권에 다시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한국도 같은 상황이죠.”

▷한국은 교역이나 북한 문제로 중국과 대척점에 서기 힘든 상황입니다.

“제 조언은 가급적 중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라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문화·외교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한국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한국이 중국의 32번째 성(省)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겠지요.(웃음) 한국은 파트너를 다원화해야 합니다.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를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존재를 잘 활용하기 바랍니다. 물론 과거사 때문에 그게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는 아시아 전략입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세 번째 강국인데도 아시아 전략이 없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한국은 북한과 중국 문제에 너무 집착해 있습니다. 그 이상을 뛰어넘어서 봐야 합니다.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 호주 등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극복해야 하고 미국과의 강한 관계도 유지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관계는 한국 외교의 근간입니다. 그러나 최근엔 미국과의 관계에서, 특히 통상관계에서 많은 피로를 느끼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지만 생각은 훨씬 정치적입니다. 재선을 위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동맹까지 괴롭히고 있습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나선 것은 정말 어리석고(stupid), 불필요한(unnecessary) 짓입니다. 한·미 FTA는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지금처럼 북핵 문제 등으로 민감한 시기에 재협상을 해야 하나요. 그가 생각을 바꾸길 바랍니다. 그게 어렵다면 다음 선거를 기약해야지요.(웃음)”


● 샴보 교수는 누구?

데이비드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중국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1979년 이후 40년 가까이 매년 중국을 방문하거나 중국에 거주하면서 중국 내부 상황 변화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해왔다. 중국 전문가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동아시아국과 국무부 정보연구국 등에서 일했다. 현재는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이며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외교정책연구프로그램센터에서 비상근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우드로윌슨센터, 외교위원회(CFR) 등 기타 다수의 싱크탱크에서 연구활동을 벌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엔 주중(駐中) 미국 대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중국 관련 전문잡지인 《계간중국(The China Quarterly)》의 편집장으로도 활동했다. 《중국, 세계로 가다(China Goes Global)》 《중국 공산당(China’s Communist Party)》 《중국군의 현대화(Modernizing China’s Military)》 《아름다운 제국주의자(Beautiful Imperialist)》 《아시아의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of Asia)》 등 30여 권의 중국 및 아시아 관련 책을 썼다.

조지워싱턴대(동아시아학)를 졸업한 뒤 존스홉킨스대(국제관계학)와 미시간대(정치과학)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땄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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