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봄-김기택(1957~)

입력 2018-03-11 18:21   수정 2018-03-12 05:35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봄 - 김기택(1957~)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 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 있던 고양이가 네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한다.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을 핥으며 순해지는 바람.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바람에 가파르게 휘어지며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

시집 《껌》(창비) 中

3월이다! 여전히 바람 속엔 차가운 발톱이 남아 있다. 그러나 등굣길, 양지쪽엔 고양이들이 네 발을 모두 땅에 대고 기지개를 켠다. 봄은 고양이를 통해 새순 돋는 소리를 듣는다. 우두둑 우두둑 몸집을 불리는 나무들, 벌써 고로쇠나무 밑엔 수액이 가득하고, 그 땅을 뚫고 봄나물들이 생생하게 솟구친다. 3월의 둘째주가 시작됐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 봄날에 적응하고 있는 고양이 같다. 곧 순해지는 바람을 맘껏 쐬리라.

이소연 < 시인(2014년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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