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원금 손실보전 규모 줄여
매각가 인하·거래 불발 가능성도
[ 이동훈/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11일 오후 2시47분
삼성그룹이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잔여 지분 24.1%를 매각하면서 인수 후보에 약속했던 투자원금 손실보전 규모를 대폭 줄였다. 최대 1조5000억원으로 거론되던 인수 금액이 크게 낮아지는 것은 물론 거래가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베인캐피털, 한국투자파트너스, IBK투자증권-스톤브릿지 컨소시엄 등 적격인수후보에 변경된 매각 조건을 통보하며 12일까지 인수금액 및 조건을 다시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거래는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인수한 ‘삼성-한화 빅딜’의 후속거래다.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당시 남겨놓은 지분 24.1%를 매각하면서 향후 한화종합화학 기업공개(IPO) 시 공모가가 인수가보다 낮으면 투자원금에 연 4% 안팎의 수익을 더해 손실을 보전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화에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도 포함했다. 한화그룹은 2015년 빅딜 당시 한화종합화학을 2021년까지 증시에 상장시키겠다고 삼성 측에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적격인수후보에 최대 2000억원까지만 손실을 보전하겠다며 급작스럽게 조건을 변경 통보했다. 일부 경영진이 ‘투자자 원금과 수익까지 보장하며 굳이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있느냐’며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투자자에게 100% 손실보전은 물론 수익률까지 보장했지만 변경 조건을 적용하면 투자원금에 손실 가능성이 생긴다.
재무적 투자자(FI)로 구성된 인수 후보들은 거래 성격이 바뀌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분 가치를 재산정하고 투자 여부를 승인하는 내부 투자위원회도 다시 열어야 한다. 자금 조달 역시 문제다. 삼성그룹이 원금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믿고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줬던 기관투자가들이 발을 빼거나 투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 시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영권 없는 2대 주주 지분을 안전장치 없이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며 “매각 금액이 큰 폭으로 낮아질 뿐 아니라 거래 성사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동훈/유창재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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