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첫' 쌀 펀드 나온다

입력 2018-03-12 08:45  


국내 최초로 쌀에 투자하는 펀드가 출시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인천 강화군 지역의 쌀에 투자하는 펀드 출시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그간 농산물이 투자 대상으로 설정된 펀드는 있었지만 쌀 단일 품목에 투자하는 상품은 처음이다.

이 상품은 이광구 전(前) 골든브릿지금융그룹 대표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이 전 대표는 현재 강화에 위치한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인 쌀도정공장 '희망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 쌀 판매를 하면서 금융상품 접목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브릿지증권은 이 펀드를 총 60억원 규모로 공모할 계획이다. 이중 10억원 가량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직접 투자한다. 이 전 대표가 운영중인 희망일터에서도 1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나머지 40억원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수익률은 연 평균 8%대로 기대된다.

펀드 자금은 희망일터가 쌀 수매에 활용한다. 쌀을 사들인 후 시장 가격이 오르면 차액의 일정 부분은 농민에게 돌아간다. 이 전 대표는 "이 펀드를 통해 농민에게 이익이 되는 유통 구조를 만들어 볼 계획"이라며 "투자자들에게는 예상 수익률을 보장하는 동시에 쌀 값이 오르면 추가 수익을 나눠주고, 또 나머지 수익 중 일부는 희망일터와 농민에게 배분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골든브릿지증권은 이 상품의 공익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정하 골든브릿지증권 대표 또한 이같은 측면에서 이 전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가 쌀 펀드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당초 공모 규모를 100억원 이상으로 설정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며 "이 펀드가 증권사의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도 작용한 듯 하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출시되는 쌀 펀드는 이른바 실물펀드로 불리는 특별자산펀드의 한 종류다. 특별자산펀드는 말 그대로 특정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다. 투자 대상은 부동산·항공기·선박에서부터 커피 원두·한우·홍삼·드라마·미술품 등 다양하다.

특별자산펀드는 투자 대상이 특정돼 있기 때문에 돌발 변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골든브릿지증권은 과거 송아지펀드·돼지펀드 등을 출시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구제역 여파와 사료값 파동 등으로 수익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커 수익률의 오르내림이 심하다. 하지만 쌀은 수요 및 공급량이 비교적 일정하고 자연재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어 가격 변동의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전 대표는 "다른 농산물에 비해 쌀은 리스크가 크지 않아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도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상품 판매를 통해 투자자들의 반응을 파악한 후 펀드 공모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 있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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