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장기집권 길 여는 시진핑] 中 시진핑, 오랜 집단지도체제 허물고 절대권력 추구

입력 2018-03-12 09:02  

[ 김동윤 기자 ]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을 없애기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적잖은 비판이 쏟아졌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학생 지도자 왕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중국이) 신해혁명 이후 이뤄낸 역사의 퇴보이자 40년 개혁·개방의 철저한 부정”이라며 “양심을 지닌 중국인은 용감하게 떨쳐 일어나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공산당은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을 행사했다. 이런 중국에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도를 두고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문화대혁명과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대혁명으로 1인 독재에 대한 트라우마 생겨

역사적으로 장기집권은 대부분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장기집권은 곧 절대권력을 의미하고 절대권력은 결국 부패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인에게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은 중국 현대사의 ‘흑역사’로 기록돼 있다. 1960년대 중반 마오쩌둥은 당내 반대파를 견제하기 위해 ‘부르주아 세력 타파’ ‘자본주의 타도’ 등의 기치를 내걸고 문화대혁명이라는 군중운동을 일으켰다. 문화대혁명 기간 마오쩌둥의 정적뿐 아니라 과학자 예술가 학자 관료 등 상당수 지식인도 타도 대상으로 전락했다.

문화대혁명은 절대권력이 한 사회에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마오쩌둥 이후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중국 경제 발전에 힘쓰는 한편 새로운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치 제도를 개혁했다.

덩샤오핑은 두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었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를 구성하는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 운영의 주요 분야를 분담해 책임지게 했다. 당내 주요 사항도 상무위원 간 협의와 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주석도 상무위원 중 한 명일 뿐이었다.

덩샤오핑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가주석 임기에도 제한을 뒀다. 1회 5년 임기를 세 번 이상 할 수 없도록 헌법에 명기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국가주석직에 오른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는 모두 이 두 가지 제도에 따라 임기 중에는 자신의 권력을 여타 상무위원과 공유했고, 10년 임기를 마친 뒤 정치무대에서 은퇴했다.

부패척결 명분으로 정치적 반대파 제거

서구 정치학자들은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덩샤오핑이 도입한 집단지도체제와 국가주석 임기제 덕분에 당내에서 나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을 수 있던 것도 당내에서 작동하는 견제와 균형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은 그러나 2013년 초 국가주석 취임 이후부터 집단지도체제와 임기제를 거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우선 지난 5년간 ‘부패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정적을 제거해왔다. 시진핑은 중국 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부패척결 과정에서 낙마한 대부분 고위직은 그의 정치적 반대파였다.

시진핑은 또 과거 다른 상무위원들이 관할하던 각종 위원회(영도소조) 조직의 수장 자리도 본인이 독식했다. 급기야 2016년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 때 시진핑은 ‘핵심’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를 집단지도체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2013년 주석 취임 이후 5년간의 행보를 감안할 때 시진핑이 헌법에 명기된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3년 3월 이후에도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중국 정치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집단지도체제를 허물고, 장기집권을 시도하진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런 관측을 깨고 두 번째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주석 임기를 제한한 헌법 조항을 수정하는 대담함을 보여줬다.

이제 중국은 공산당의 ‘집단지성’이 아닌 시진핑 개인의 의사결정에 국가의 미래를 내맡겨야 하는 불안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중국의 대외 영향력을 감안할 때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도 불행의 씨앗이 될지 모른다.

◆NIE 포인트

시진핑 주석이 왜 개헌으로 장기 집권을 하려는지 알아보자. 장기집권이 이뤄지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토론해보자.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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