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인수전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3조원이 훌쩍 넘는 몸값은 부담이지만 ING생명의 상표권 사용 만료로 협상 여력은 높다는 평가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ING생명 인수를 논의하기 위한 예비실사에 돌입했다.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데이터룸을 개방해 제한적 경쟁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달 중순부터 ING생명에 대한 예비실사에 착수했다. ING생명의 경영지표, 적정 매각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일찍이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지난해 말 KB생명의 취약한 시장지배력을 보강하기 위해 M&A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생보사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에도 시장은 ING생명을 가장 유력한 인수 매물로 꼽았다. KB금융이 과거 ING생명 인수전에 참여했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012년 ING생명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가격 협상이 불발돼 MBK파트너스에 고배를 마셨다.
작년 말 기준 ING생명의 자산규모는 31조원으로 삼성·한화·교보·농협·미래에셋에 이은 업계 6위다. KB생명(자산 9조원)이 ING생명과 합병하면 단숨에 업계 17위에서 5위로 올라서게 된다.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M&A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KB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만큼 공격적인 M&A로 성장을 꾀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를 인수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짙다.
신한생명의 자산규모는 30조원으로 업계 7위다. ING생명을 품에 안으면 총자산 61조, 업계 5위로 등극한다. NH농협생명(자산규모 64조원)이 차지하고 있는 업계 4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2012년 인수전보다 훨씬 불어난 ING생명의 몸값은 부담이다. 작년 5월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켜 몸집을 키웠다. 현재 MBK 지분은 59.15%, 지분 가치는 약 2조46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식 가치의 20~30% 수준으로 책정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ING생명의 매각가는 3조원을 웃돈다. 업계는 MBK파트너스가 희망 매각가를 이보다 높게 써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 협상 여력은 높을 것으로 간주된다. ING생명은 올해 12월 상표권 사용 기간이 만료돼 사명을 바꾸어야 한다. MBK파트너스가 해를 넘기기 전에 매각을 끝낼 것이란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격 부담이 높아졌지만 가격 협상 여력 또한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ING생명을 인수하면 인수와 동시에 생보업계에 대규모 순위 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인수 매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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