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을 CGV서만 볼 수 있다고?

입력 2018-03-12 17:39   수정 2018-03-13 13:28

한국 상업영화 첫 단독 개봉 놓고 논란 확산

배급사·극장 "광고비 70% 절감
좋은 상영시간대 확보도 가능"

중소영화사 "대기업 극장 독과점
저예산 영화 설자리 더 좁아진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도



[ 유재혁 기자 ]
CJ CGV가 14일 ‘단독 개봉’하는 한국 로맨스 영화 ‘치즈인더트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배급사와 극장 측은 각각 마케팅비용 절감과 브랜드력 제고라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밝히지만 대기업 계열 극장의 독과점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영화계 일각에서 나온다. 관객들이 자신이 즐겨찾는 영화관에서 특정 영화가 상영되지 않으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대기업의 영화사 줄 세우기” 비난

단독 개봉은 저예산 수입영화가 일부 극장 스크린에 극히 제한적으로 걸리는 것을 뜻했다. 대부분 극장이 외면하는 예술영화를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행이 방향을 달리해 상업성 있는 한국 영화인 치즈인더트랩에까지 확산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대기업이 마케팅 능력 등을 활용해 흥행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입도선매하듯 독점 상영하는 방식으로 단독 개봉이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수입배급사협회 한 관계자는 12일 “상업영화까지 극장에서 단독 상영하면 소규모로 제작된 영화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라며 “단독 상영은 극장 체인들이 영화사를 줄 세우는 전략의 하나”라고 비판했다.

한 극장 체인이 어떤 영화를 단독 상영하면 그만큼 상영 스크린 수를 많이 배정하게 되고 자연히 소규모 제작 영화가 걸릴 수 있는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다른 극장 체인에는 그만큼 상영 스크린과 횟수가 비례해 늘어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또 치즈인더트랩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가 대기업 수직계열화 운동에 앞장선 중소 제작사들이 결성한 배급사란 점을 주목했다. 협회는 최근 이런 의견을 리틀빅픽쳐스에 전달하며 항의했다.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도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 “마케팅 비용 절감” 주장

단독 상영을 추진하는 극장 체인과 일부 배급사는 그러나 “여러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보다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치즈인더트랩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의 권지원 대표는 “치즈인더트랩의 제작비가 많이 들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쉽지 않다고 봤다”며 “최소 비용으로 효율적인 마케팅을 하기 위해 단독 상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순제작비 40억원 규모인 이 영화 마케팅과 배급(P&A)에 1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단독 상영으로 이를 3억원으로 줄였다”고 했다. 이는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3사에 들어가는 광고비 중 2개 체인의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배급사는 상영 전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예고편, 로비에서 틀어주는 예고편, 티켓 발매기 광고판, 홈페이지 앱(응용프로그램), 현수막 등의 광고비를 극장마다 지급한다. 그렇게 개봉한다 해도 흥행성이 떨어지면 곧바로 ‘교차상영’에 들어가 핵심 시간대에서 밀려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상영 중인 소규모 미국 액션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도 단독 개봉으로 성공한 사례다. 지난달 CGV 극장 245개 스크린에서 단독 개봉해 12일 현재 87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총제작비 12억원 규모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40만 명이다. 수입사인 퍼스트런의 이성우 대표는 “단독 개봉에 따른 효과적 마케팅 덕분에 흑자를 냈다”고 평가했다. 좋은 시간대에 스크린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관객 편의는 ‘나 몰라라’

단독 개봉 논란에서 정작 소비자인 영화 관객의 편의는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객은 “단독 상영이 늘어나면서 평소 자주 찾는 집 근처 극장에서 보고 싶은 개봉작을 볼 수 없었다”며 “결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화를 내려받아 봤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극장을 외면하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단독 개봉에 대해 소규모 배급사들이 염려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거나 극장 체인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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