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물을 비틀고 재구성… 예술 희롱한 '국제 화단의 악동'

입력 2018-03-12 18:52  

벨기에 개념미술가 빔 델보예, 갤러리 현대서 국내 첫 개인전


[ 김경갑 기자 ]
벨기에 출신 개념미술가 빔 델보예(53)는 영국 설치미술가 데미언 허스트와 함께 국제 미술계의 악동으로 꼽힌다. 돼지 몸통에 루이비통 문양을 새겨 기르다가 자연사하면 캔버스에 박제해 전시하는가 하면, 사람의 소화기관을 재현한 ‘똥 만드는 기계’에서 생산된 대변을 진공 포장한 다음 1000달러에 팔아 충격을 주기도 했다.

충격과 파격을 넘나들며 ‘비틂의 미학’을 구현한 그는 고급스러운 미술을 대담하게 희롱하면서도 현대미술의 뜨거운 예술가로 떠올랐다. 모스크바 푸시킨미술관(2014), 로댕박물관(2012),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2009), 리옹 현대미술관(2003), 파리 퐁피두센터(2000)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잇달아 초대되며 당당히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다음달 8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펼치는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은 이런 예술 철학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장 1, 2층과 지하 1층을 꽉 메운 근작 30여 점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이어, 자동차, 여행 가방, 삽 등을 섬세한 유럽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나 중동 전통 문양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뻔히 보이는 판에 박힌 일상사물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시각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델보예는 “어떤 미술 사조나 라벨로 제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창의성도 그렇다.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겁없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론 예술 영토의 새로운 확장을 끊임없이 꿈꾼다는 얘기다.

작가는 모든 사물의 ‘불변’이라는 개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공예가와 예술가, 전통 공예, 기술과 창조, 미니멀리즘과 장식주의,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같은 두 개의 모순되는 개념들을 하나의 앙상블로 공존하게 한다.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삽이나 여행용 가방, 돼지 등에 부유층이 선호하는 문양과 기호를 입힌 작품들은 사물의 비틂을 통해 형태와 개념적 맥락에 변화를 준다. 화려하고 정교하지만 원래의 형상에서 멀어지면서 현대인의 물신주의 메커니즘을 마구 휘젓는다.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예술이란 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면서도 전통적인 예술의 가치를 비웃는 듯하다.

고급 자동차 페라리와 마세라티 자동차에 이란의 전통 공예를 손수 양각한 ‘알루미늄’ 시리즈 역시 사물에 주어진 자리와 용도를 과감히 던져버린다. 그는 “럭셔리한 사물에서 발견되는 신선함을 예측을 불허하는 이미지로 대체하는 게 내 작품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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