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8.4%·브라질 6.7% 상승
신흥국 증시 반등 속도 빨라
"올해 선진국보다 신흥국 더 유망"
[ 김우섭 기자 ] 파생상품 쇼크와 금리 급등 우려 등 미국발 충격에 글로벌 주식 시장이 동반 급락한 지 한 달가량 지난 가운데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증시가 저점 대비 11% 이상 올라 주요국 지수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증시는 충격 당시의 하락폭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빠른 회복세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베트남을 대표하는 호찌민지수는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 동안(지난 9일 종가 기준) 11.90% 올랐다. 미국증시에서 알고리즘 기반의 ‘투매’ 현상이 나타난 지난달 5일부터 9일까지 5거래일 동안 9.14% 떨어졌지만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주요국 대표 지수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폭을 만회했다.
보복 관세를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 베트남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에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올해 예정된 우량 국유기업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베트남증시에 외국인 투자금은 지난해 10억달러, 올 들어선 두 달 만에 4억달러가량이 순유입됐다.
베트남 외에도 신흥국 증시가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러시아 RTS지수가 지난달 9일부터 이달 9일까지 8.41% 올랐다. 이 기간 브리질 보베스파지수도 6.76% 상승했다. 중국증시도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8% 이상 급락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5.67%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내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약달러 국면에서 원자재값 상승과 물가 안정, 해외 투자금 유입 등 신흥국 내수시장이 성장할 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시장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6.18%, 나스닥종합지수는 11.58% 올랐다.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흥국으로 몰리는 외국인
수년간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온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증시 대신 올해는 신흥국 증시 전망이 더 밝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자금이 안전자산(채권)에서 위험자산(주식)으로, 선진국 증시에서 신흥국 증시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며 “상승 피로감이 쌓여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는 선진국 시장보다는 신흥국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 등 일부 신흥국 시장은 단기 과열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지수는 지난해 50%가량 상승해 2007년 고점(1137)에 근접했다. 베트남증시 상장종목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도 19.55배로 높아졌다.
신흥국 증시 중에선 한국의 반등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9일 사상 최고치(종가 2598.19)를 기록했지만 이후 8거래일 만에 9.02% 내려갔다. 이날 1.0% 오르며 3거래일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반등폭(지난 9일 기준)은 신흥국 가운데 하위권(4.05%)이다. 코스닥시장은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 동안 2.75%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짓눌렀던 미국 금리인상과 보복 관세 등의 우려가 지수에 이미 반영된 데다 북·미 간 대화 움직임으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됨에 따라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평균 PER은 9.45배로 글로벌 주요 증시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대부분 악재가 주가에 반영된 만큼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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