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추천을 했을 뿐 청탁 압박은 없었다”는 게 최 전 원장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VIP 추천제도’라는 하나은행의 내부 채용 방식을 따랐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그는 아마 지금까지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커다란 인식의 괴리가 생긴다. 2013년 당시 하나지주 사장이었던 그의 추천이야말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이자 압력’이라고 여기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최 전 원장의 인식과는 너무도 큰 차이가 난다.
인식의 괴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인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금융권의 교묘한 채용 관행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VIP 추천’이라는 제도가 사실상 짬짜미 채용의 통로가 돼왔다는 점에 분노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금융감독원이나 하나금융의 관심은 온통 다른 데 쏠려 있다. 채용 비리라는 본질엔 별 관심 없고 이번 일을 양자 간 파워게임의 결과로 보는 시각부터 그렇다.
금감원 일각에서는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일개 금융회사에 당했다”며 하나금융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지 못한 금감원이 채용 비리 조사에 나서자, 하나금융 쪽이 ‘역공’에 나서 결국 최 원장이 낙마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에서는 이런 금감원이 앞으로 어떤 ‘보복’을 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무슨 무협소설을 읽는 듯하다.
세상은 변했는데 금감원이나 금융회사의 인식은 여전히 먼 과거에 머물러 있다. 최 원장을 향해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인식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한, 또 다른 채용 비리가 터진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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