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포착한 꽃의 영혼, 한 편의 詩와 명상이 되다

입력 2018-03-13 18:24  

이명옥의 전시 리뷰 - 송영숙 사진전

국내 최초 사진 전문 한미사진미술관 설립
한국 사진계 위상 높여

세계여행하며 촬영한 '명상' 시리즈 47점 소개




“18년 만의 개인전이지만 사진 작업을 결코 게을리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예전에도 작가였고 앞으로도 작가로 남을 겁니다.”

사진전 개막식에서 송영숙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18년의 긴 세월을 보내고 개최된 개인전에 감회가 깊었던 것일까? 작가의 열정과 자부심이 담긴 말 속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참석자들을 향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진심으로 갈망하는 일이 창작활동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던 그는 왜 18년 이후로 작품 발표를 미뤘던 걸까?

송영숙에게 사진가로 활동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바로 2002년 국내 최초로 사진전문미술관인 한미사진미술관을 설립하고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송영숙은 사명감을 가지고 사진 역사를 빛낸 거장들의 대표 작품을 수집해 기록하고 사진가를 후원하는 등 국내 사진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 몰두했다. 한국 사진의 국제화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11월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훈장 슈발리에장을 수상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는 성공한 미술관장이 됐지만 이번 개인전에 출품된 33점과 사진집에 수록된 47점의 명상《Meditation》연작은 관장보다 사진가일 때 더 자신답고 더 높은 존재의 차원에 도달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송영숙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촬영한 사진은 오직 그만이 발견하고 포착할 수 있는 자연풍경이며 장소다. 영국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시를 쓰는 이유를 “상상의 색채를 입혀 평범한 사물들이 비범하게 비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노래했다. 그 역시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하늘, 구름, 나무, 꽃, 흙 등 익숙한 자연에 상상의 색채를 입혀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별한 풍경으로 바꾸었다. 이른바 ‘친숙한 놀라움의 힘’이다. 예를 들면 2017년 독일 카셀을 여행하면서 찍은 풍경사진은 아름다운 그림이며 서정시다.

자연의 최대 선물인 꽃의 겉모양이 아니라 꽃의 영혼을 작품에 담았기 때문이다.

그가 꽃의 영혼을 카메라에 포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단 한 점의 사진을 얻기 위해 정성을 다해 꽃을 관찰하고, 꽃의 눈길로 우주를 바라보고, 꽃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꽃과 자기 자신, 카메라가 하나가 되는 세상을 꿈꾸었기에 가능했다.

‘자연세계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로 불리는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휘파람 부는 사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지금 이 순간은 아니지만 곧 우리는 새끼 양이고 나뭇잎이고 별이고 신비하게 반짝이는 연못물이다.’

송영숙의 작품이 전시된 한미사진미술관(전시 기간 2월22일~4월7일)에서는 달팽이가 기어가듯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관객이 사진 속 자연풍경으로 들어가 산책할 수 있도록 햇빛, 저녁노을, 나뭇잎, 꽃, 돌멩이를 고요히 응시하며 존재의 깊이에 가 닿는데 필요한 시간만큼 느리게, 천천히….

이명옥 <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명예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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