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들여 AI 가르치는 독일 직업학교… 한국, 부기 배우느라 꿈도 못꿔

입력 2018-03-14 18:29  

흔들리는 직업고

4차 산업혁명 대비 없는 한국 직업교육

독일, 디지털화에 5년간 6조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혁신

한국, 올 예산 40% 삭감
커리큘럼도 '과거형'에 집중
잠재 실업자만 양산하는 꼴
대졸자 정책에 후순위로 밀려



[ 박동휘/구은서 기자 ] 청년 실업률은 정부의 오래된 고민 중 하나다. 직업을 구하지 못한 청년(15~29세)이 지난해 10명 중 1명꼴로, 2000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날 정도로 갈수록 악화일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모델이 ‘선(先)취업·후(後)진학’이다. 독일 등 선진국처럼 직업교육을 강화해 당장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직업교육 ‘홀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뒷전 밀린 선취업·후진학

직업고에 대한 홀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예산 감소다. 지난해 교육부가 직업교육용으로 각 지방교육청에 내려보낸 교부금은 1842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107억원으로 줄었다. 예산 삭감은 현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산의 A직업고는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간 7억500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올해 받기로 한 금액 중 1억원이 아무런 이유 없이 삭감됐다. A고 교장은 “예정돼 있던 돈이 안 들어오다 보니 하려고 했던 취업 관련 행사를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겹치면서 인프라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직업고 몰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6학년도만 해도 전체 581곳의 직업고 중 정원을 못 채운 곳(1차 모집 기준)은 173개교(29.7%)였지만 올해는 342곳(58.9%)에 달했다. 미달 인원도 5317명에서 1만3695명으로 세 배에 육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업고 학생 비중을 전체의 3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목표(2016년 1월 발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 비중은 18.5%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 추세대로라면 2022년까지 30% 목표를 달성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학교 ‘업그레이드’하는 선진국

전문가들은 예산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직업고를 비롯해 인문계고에서 가르치는 직업교육 내용이 대부분 ‘과거형’이다. 지방의 한 직업고 교사는 “상고는 아직도 부기·회계를 가르치고 농고는 트랙터 운전법을 교과목으로 편성한 경우가 많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새로운 분야에서 신종 직업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에 대처하려고 해도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독일이 디지털화 진전에 따라 직업교육에 ‘이노베이션(혁신)’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 주정부 교육부장관협의체(KMK)는 지난해 12월 직업교육의 10년 장기계획을 확정한 ‘플랜 4.0’을 발표했다.

독일 직업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267만 명에 달한다. 학교 수도 5225곳으로 전체의 70% 수준이다. 독일 연방교육·연구부가 직업학교를 포함해 초·중등 교육기관의 디지털 교육을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연간 10억유로(약 1조2878억원) 규모다. 박동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글로벌협력센터장은 “한국의 직업교육도 가솔린 자동차 정비 등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이대로라면 잠재적인 실업자만 양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깎인 한국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소홀해진 건 정부 정책이 대졸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등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대졸 실업률도 급격히 치솟았다.

작년엔 집계 이후 처음으로 대졸 실업률이 고졸 실업률을 웃돌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졸자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골몰하다 보니 선취업·후진학 모델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둔 지방 교육감들이 다수의 표를 갖고 있는 인문계고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직업교육 홀대의 원인이다. 직업고에 투입되는 예산은 교육부가 용처를 정해 특별교부금 형태로 내려보내야 집행이 된다. 현 정부에서 교육자치를 강조하면서 그나마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가는 특별교부금 비중이 전체의 4%에서 3%로 축소되는 바람에 직업고로 들어가는 돈줄이 더 좁아졌다.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을 사전에 막기 위해선 초·중·고 단계에서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업과의 현장 밀착을 높이는 게 대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만해도 기업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실리콘 반도체 전문가인데, 대학은 대부분 미래형 반도체 개발에 골몰한다”며 “직업고가 이런 기업 쪽 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대거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구은서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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