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트럼프타워 건설할 때도
전문가들 집중 투입해 딜 성사
약한 모습 보이는 것 최악 간주
북한과 '거친 협상' 할 측근 배치
[ 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으로 전격 기용하기로 한 것은 북핵 문제에 집중하기 위한 ‘트럼프식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기업인 시절에도 승부를 걸어야 할 과제를 만났을 때 압박전략과 이에 적합한 인사조치 등으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처리해왔다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의 고위관계자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장을 북핵 협상 전면에 포진시킨 것은 북한 문제를 국정과제 중 최우선 순위에 올려놨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기업활동을 할 때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되면 모든 자원을 동원해 집중적으로 했다”며 “신임이 두터운 폼페이오 국장을 북핵 협상 국면의 최전선에 투입한 것도 꼭 북핵을 처리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1970년대 말 지금의 뉴욕 트럼프타워 부지를 보고 개발 구상을 세운 뒤에도 3년간 줄기차게 부지 소유권자에게 편지를 써 협상장에 나오게 하고, 협상 국면에 들어가서는 자신이 아는 최고의 각 분야 전문가를 투입해 4년 만에 딜을 성사시키는 등 일을 처리하는 데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협상이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최악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며 “이번 북핵 협상도 자신의 의중을 알고 거친 협상을 할 수 있는 측근을 앞에 세운 듯하다”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외교라인 수뇌부의 극적인 재편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이벤트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어난 것”이라며 “이 두 가지는 확실히 서로 연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일간 더타임스는 북·미 정상회담은 충분한 사전 준비 기간을 두지 않은 만큼 ‘개막전’은 누가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지가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면에서 폼페이오 국장의 국무장관 기용은 트럼프에게 이점을 안겨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되거나 합의에 실패한다면 폼페이오 지명자는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포함해 더욱 강경한 성향으로 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미라마 해군기지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일련의 변화와 관련, “나는 뭔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정말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한국을 위해서나 북한을 위해, 또 세계를 위해, 이 나라를 위해서도 위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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