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지난달 초 크게 흔들렸던 주식시장이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승률 측면에서 대장주를 압도하는 ‘2등주들의 반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정보기술(IT) 업종 2인자인 SK하이닉스는 코스피지수가 전저점(2363.77)을 찍은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여 만에 22.07%(15일 종가 8만9600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장주 삼성전자는 15.30% 올랐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외국인(6989억원)만 순매수한 데 비해 SK하이닉스에는 외국인(1조1638억원)과 기관(3668억원)의 ‘쌍끌이 매수’가 몰렸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9일 이후 하루만 빼고 매일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클라우드, 서버 등의 수요 증가로 반도체 업황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휴대폰 가전 디스플레이 사업을 함께 하는 삼성전자보다 매출의 100%가 반도체에서 나오는 SK하이닉스가 더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크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6.12배로 삼성전자(9.50배)보다 낮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PER 기준으로 보면 SK하이닉스가 세계 주요 반도체주 중 가장 싼 축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가 2등주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종목 가운데 삼성SDI(12~15일 상승률 26.18%)가 LG화학(14.48%)의 상승률을 앞지른 게 대표적이다. 조선업종에서는 시가총액이 큰 현대중공업(9.62%)보다 대우조선해양(29.85%)이 더 많이 올랐다.
삼성SDI와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나란히 흑자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이후 6년 만의 흑자전환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강점을 갖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위주로 조선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대우조선의 올해 LNG선 수주량은 최소 10척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부품 업종에서는 LG이노텍(8.54%)이 삼성전기(4.88%)를, 포털 관련주인 카카오(19.92%)는 네이버(1.49%)를 크게 앞섰다. LG이노텍은 전방 기업인 애플의 휴대폰 판매 부진 여파,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추정치를 밑돈 실적을 내놓으면서 크게 조정받았다. 이들은 대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정폭이 컸던 만큼 반등장에서 상승 탄력도 더 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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