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스타 탄생 신화 만드는 TV 오디션

입력 2018-03-15 17:39  

뮤지컬 주인공 선발하는 '캐스팅 콜'처럼
TV 오디션이 무대 흥행 새바람 일으킬 것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



뮤지컬은 스타를 원한다. 인기 가수나 탤런트, 영화배우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상업예술가의 요즘 행보에는 대중문화적 성격이 강한 뮤지컬의 특성이 여실히 반영돼 있다. 한두 차례 막을 올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두 달 정도 안정적으로 공연을 지속해야 하기에 공연장을 가득 메워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하지만 막연히 인기인만 내세운다고 해서 만사형통인 것은 아니다. 이름값을 못하는 연예인은 작품의 완성도에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 기계의 힘을 빌려 어느 정도 포장이 가능한 영상물이나 음반 제작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래서 무대는 어렵고 또 값진 존재다. 아이돌이라고 무조건 주연으로 발탁하면 곤란을 겪기 십상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글로벌 공연가에서는 스타를 기용하는 것을 넘어 스타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리얼리티 텔레비전 탤런트 쇼라 불리는 TV 오디션이다. 요즘 인기를 누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뮤지컬 주인공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배우에게는 대중적인 관심과 호기심을 높일 수 있어 좋고, 제작사는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마케팅 전략이다.

TV 오디션은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제작자로 나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대표적이다. 전설의 여배우 줄리 앤드루스를 대체할 여주인공을 찾기 위한 경합이 공영방송 채널인 BBC에서 펼쳐졌다. 인기를 누리는 뮤지컬 한 편이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영국 사회의 폭넓은 공감대가 지상파TV 채널의 프로그램 편성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프로그램 제목도 ‘어떻게 마리아 문제를 해결하지’다. 극중에선 말썽꾸러기 마리아 수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수녀들의 노래로 등장하지만, TV에선 중의법적인 의미로 주인공을 찾는 과정을 재치를 담아 빗댄 표현이다. 치열한 훈련과 매회 ‘당신의 도전은 여기까지입니다’식의 피 말리는 경합 과정을 선보이며 사랑을 받았고, 최종 승자로 뮤지컬 스타를 꿈꾸며 홈쇼핑 전화교환수로 일하던 신예 코니 피셔가 발탁됐다. 대중은 그가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기까지의 지난한 여정을 함께했기에 더욱 열광했고, 뮤지컬은 연일 장사진을 이루며 흥행을 이어갔다.

비단 피셔의 일만이 아니다. TV로 뮤지컬 주인공을 선발하는 리얼리티 쇼는 요즘 글로벌 텔레비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형식의 하나다. 뮤지컬 ‘올리버!’의 깜찍한 아역 주인공들, ‘조셉 어메이징’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무명배우 리 메드의 깜짝 스타 성장기, MTV가 시도한 ‘리걸리 블론드’의 금발 여주인공 찾기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인기를 누린 사례들이다. TV와의 접목을 통해 뮤지컬에 관한 관심과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를 다시 하나의 관광자원으로까지 발전시키는 글로벌 창의산업의 번뜩이는 지혜가 꽤나 흥미롭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도가 등장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들을 선발하는 ‘캐스팅 콜’이다. 예선 지원자만 1200명이 넘었다는 후문이다. 한국 뮤지컬산업 성장세를 고려하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이 색다른 시도가 가져올 파급력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신화가 만들어질까. 흥미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해본다.

jwo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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