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농장 만든다고 무차별 벌목… "경유보다 온실가스 3배 더 내뿜는다"

입력 2018-03-18 18:38   수정 2018-03-19 07:12

'신재생에너지=친환경'이라는 착각

바이오디젤이 친환경?

팜농장 개간 과정에서 산림 줄어들어 CO2 흡수↓
팜 재배때도 물 다량 사용

EU, 열대우림 파괴 이유로
2021년부터 팜오일 퇴출

한국은 바이오디젤 혼합률
2.5%→3.0%로 '역주행'
운전자 610억원 추가 부담



[ 김보형 기자 ]
“경유에 팜오일(바이오디젤의 원료)을 섞는다고요?”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경유를 주유하던 운전자 강모씨(38)는 “경유차를 7년 가까이 타면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바이오디젤이 차량 엔진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며 2006년부터 추진해온 바이오디젤 혼합 정책의 현주소다. 경유차 운전자들이 바이오디젤에 대해 모르는 것은 물론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섞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한 변변한 연구결과도 없다.

◆경유차 운전자 부담만 커져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수송용 경유엔 3%의 바이오디젤이 섞여 있다. 경유 10L를 주유하면 0.3L(300mL)는 팜오일(팜유) 등 식물성 기름과 폐식용유로 만드는 바이오디젤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정유사들과 자발적인 협약을 통해 경유에 바이오디젤 0.5%를 섞어 쓰도록 한 데 이어 2015년 7월부턴 강제성을 띤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RFS:Renewable Fuel Standard)’를 도입하고,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2.5%로 높였다. 올해부턴 이 비율을 3.0%로 올렸다.

식물 재배와 가공 공정 탓에 바이오디젤 가격은 석유를 정제한 경유보다 생산 원가가 L당 500원(세전 기준)가량 비싸다. 958만 대(2017년 말 기준)에 달하는 경유차 운전자들은 올해부터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이 0.5% 높아지면서 작년보다 610억원 늘어난 3660억원의 연료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3년마다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을 조정하고 있는 만큼 2021년부터는 혼합 비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휘발유차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경유차는 온실가스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차보다 20~30% 더 적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휘발유에도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하지만 한국은 차량엔진 부식 등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경유에만 바이오디젤을 혼합하고 있다. 앞서 기자와 만난 강씨는 기자의 설명을 들은 뒤 “개인당 추가 부담액이야 얼마 되지 않겠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U는 왜 규제 나섰나

바이오디젤이 친환경 연료인지도 논란거리다.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연료는 그동안 ‘식물이 성장하면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이 내연기관 연료로 사용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는 개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대안 연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8년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포스코대우(2011년) 등 국내 종합상사들도 인도네시아에서 팜오일 농장을 운영하는 등 팜오일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연료용 농작물 재배를 위해 삼림 파괴 등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최근엔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5~2010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에 들어선 팜오일 농장의 90%는 산림벌채를 통해 조성됐다. 개간 과정에서 밀림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엄청난 규모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기도 한다. 나무를 베어내 산림이 줄어들면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이 먹어야 할 농작물을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국제 식량가격의 안정성도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바이오연료 사용이 늘어날수록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고, 빈곤층의 식료품값 부담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며 “바이오연료는 원유 등 화석연료의 소비를 조금 줄여줄 수 있을 뿐 지구를 구원할 신재생에너지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유럽 내 환경단체인 ‘교통과 환경(T&E)’에 따르면 팜오일로 만든 바이오디젤은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안할 때 기존 경유보다 3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오디젤의 온실가스 직접배출량은 54g/MJ(메가줄, J은 에너지 단위)로 경유(94.1g/MJ)의 절반 수준에 그치지만 바이오디젤 작물을 심기 위한 토지 용도 변경 배출량(231g/MJ)을 합칠 경우 전체 배출량은 284g/MJ로 경유의 5배를 웃돈다.

바이오연료용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쓰이는 비료와 화석연료, 물도 문제다. 질소비료의 원료는 천연가스다. 대규모 경작에 쓰이는 트랙터는 경유를 태우며 매연을 뿜어낸다. 농작물을 연료로 바꾸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물도 필요하다. 유럽 의회는 이 같은 이유로 2021년부터 바이오디젤 원료로 쓰이는 팜오일을 수송용 연료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다른 식물에서 채취한 바이오디젤도 2030년부터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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