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중단 12일 만에 사고
유지·관리 전면 재검토 목소리
파산 의정부경전철 전철 밟나
개통 초기 수준 고장 해명 불구
복구 늦어져 운행 중단되기도
서울시 명확한 원인조차 파악 못해
[ 박상용 기자 ]
서울의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 또 멈춰섰다. 지난해 9월 개통 이후 6개월 만에 벌써 세 번째 운행 중단이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첫 번째 사고의 원인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또 사고가 나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개통 전 부실 공사는 없었는지, 유지·관리가 허술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잦은 고장으로 ‘기대’는 ‘우려’로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1분께 우이신설선 솔샘역에서 신호 장애가 발생해 약 10분 뒤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약 1시간40분간 노선 전체가 마비돼 주말 나들이 등에 나선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 관계자는 “솔샘역 기계실의 전원 공급 장치 퓨즈가 나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기계 자체 불량인지 전원 장치의 문제인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명확한 고장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2일 개통한 우이신설선은 북한산우이역을 출발해 1·2호선 환승역인 신설동역까지 23분대로 달리는 노선이다. 차량을 이용하면 약 50분에서 많게는 한 시간 이상 걸리던 이용 시간이 확 줄어든 데다 그동안 대중교통이 버스밖에 없던 지역이라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잦은 고장으로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우이신설선이 처음 멈춰 선 것은 개통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25일이었다. 이날 오전 5시54분께 신설동역행 열차가 솔샘역과 북한산보국문역 사이를 지나다가 전차선(열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 단선으로 멈춰섰다. 운영사는 전 구간 운행을 중단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 40여 명은 20여 분간 열차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노선은 다음날 오전 6시가 돼서야 정상 운행됐다. 서울지하철이나 전철이 고장으로 24시간이나 정상 운행을 하지 못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지난 5일에는 오전 7시3분께 선로 전환기에 장애가 발생해 40여 분간 전 구간 차량 운행이 중단됐다.
◆앞선 두 차례 사고 원인조차 ‘감감’
업계에서는 “개통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의 고장”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개통 전 시험 운전을 여러 차례 거치지만 초반에 완벽하게 노선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안정화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운행 중단이 두 차례나 발생했는데도 서울시와 운영사는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첫 번째 사고의 경우 애초 지난 9일까지 조사를 마치기로 했으나 미진한 부분이 있어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 두 번째 사고에 대해서도 운영사 측은 명확한 설명과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아울러 지하철 1~8호선은 신호 장애 등의 사고로 운행이 멈추면 1시간 안팎으로 복구되는 데 비해 우이신설선은 2시간가량 이상 소요된 데다 운행까지 전면 중단돼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승욱 가톨릭상지대 철도운전시스템과 교수는 “시민 불안감이 큰 만큼 사고 원인 파악과 별개로 우이신설선 운영 시스템이나 유지 보수 체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상보다 수요가 저조하다는 점도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우이신설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7만여 명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시와 우이신설선운영 측이 예상한 수요(하루 평균 13만 명)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사고까지 잦아 이용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지난해 6월 재정난으로 파산한 의정부경전철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이신설선은 포스코건설을 주관사로 두산건설, 고려개발, 대우건설 등 10개 회사가 출자한 회사인 우이신설경전철이 건설했다. 우이신설경전철이 30년간 운영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식이다.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지만 적자가 나더라도 서울시가 손해를 보전해주지는 않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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