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북한의 무인 정찰 비행기, 즉 드론이 청와대 부근에 불시착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펼쳐진 드론쇼로 세계에 우리 통신기술을 자랑해 주목받기도 했다. 사실 드론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드론이 등장하고 방송에서는 헬기 대신 드론이 활약한다. 개인용 드론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한 중국 DJI의 2016년 매출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일반인에게 드론은 모형 무선 비행기처럼 보인다. 무선 장난감을 조종하기는 쉽지 않고 또 위험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드론은 일종의 반자동 비행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동 비행은 센서가 결합된 마이크로 컨트롤러 보드에 의해 수행되고, 소프트웨어가 비행에 필요한 자체 센서의 정보를 활용해 비행을 제어한다. 드론의 핵심 기술은 오토 파일럿 소프트웨어와 이를 위한 컨트롤러 보드 기술이다.
급격히 떨어지는 요소기술 원가
드론 대중화는 무엇보다도 요소기술 원가의 급격한 하락에 기인한다. 센서의 평균 가격은 2004년 1.30달러에서 2016년 50센트로 60% 이상 떨어졌으며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차세대 리튬이온(Li-ion), 리튬공기(Li-air), 리튬황(Li-S), 솔리드스테이트 배터리 가격도 2020년까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컨트롤러의 판매대수가 2014년 1900만 대에서 2019년에는 약 50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또한 급격한 가격 인하가 예측된다.
대중을 위한 드론은 ‘셀카’용이 대부분이지만 드론은 산업과 국방용으로 훨씬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드론 로봇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물류를 장악하겠다는 스타십의 물류 특화 드론이 있는가 하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는 플라이어빌러티의 특수 드론도 있다. 또 스카이엑스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드론을, 세일드론은 바다에서 항해가 자유로운 특수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에서 70개 이상의 회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드론이 물류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새로운 게 아니다. 아마존의 드론 택배 동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비디오에 속한다. DHL도 2016년 드론을 통한 택배 실험을 끝냈고 UPS는 도시 간 물류는 트럭으로, 마지막 택배 물류는 드론으로 분담하는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트럭 적재함 상판이 충전기 역할까지 한다.
물류를 넘어 다양한 산업 영역에 응용하려는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인프라 및 건물 검사와 모니터링 영역, 엔터테인먼트,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 보험,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방 분야가 주목받는 시장이다. 개인용 드론은 2015년 약 1000대에서 2020년 500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매출에서는 상업용이 7조원인 데 비해 개인용은 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군사용, 상업용, 개인용 순으로 부가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율주행체 중 자율주행 자동차에 기대가 큰데 우버를 비롯한 일부 업체는 하늘을 나는 드론 택시를 실험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우리는 하늘을 나는 택시를 타고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기대로 인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302건,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투자가 드론 회사를 통해 이뤄졌고 투자금액은 연간 약 30%씩 늘고 있다. 드론 투자의 대부분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이 고부가가치 드론인 군사용과 산업용 드론 개발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만 해도 미국을 제외한 23개국에서 드론 투자가 이뤄졌다. 중국에 9개 회사가 있고 호주에도 7개 회사가 있다. 드론에 대한 특허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343건이던 것이 2015년 608건으로 77% 늘었다. 우리나라 LG전자도 2012년부터 10여 건의 특허를 미국에 출원했다.
군사용이 드론시장 70% 차지
아쉬운 것은 군사적 활용도가 크고 전자산업과 배터리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드론 투자가 잠잠하다는 점이다. 상업용 내수시장이 작고 개인용은 중국이 선점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드론시장의 70%가 군사용이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00조원 드론시장에서 70조원이 군사용이고 개인용은 17%, 산업 수요는 13%에 불과하다.
정부가 드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말 충북 제천 화재참사 당시 불법 주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인명구조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적도 있다. 이젠 드론으로 불법 주차를 감시하거나 소방차에 앞서 드론이 날아가 화재현장 정보를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 특히 국방부가 국산 드론에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KAIST 경영대 교수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