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 구속영장 청구… 이명박·박근혜 공통점과 차이점

입력 2018-03-19 17:45   수정 2018-03-19 18:39



검찰이 거액의 뇌물수수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9일 오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자신이 실소유한 다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개별적 혐의 내용 하나하나만으로도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 혐의다. 그런 혐의들이 계좌내역이나 잔고 보고서, 컴퓨터 파일 등 객관적 자료들과 핵심 관계자들의 다수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봤다"며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역대 전직 대통령중 두 번째로 영장심사를 받게 됐다.

지난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20시간이 넘게 조사한지 닷새만이다.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도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 청구의 사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년만에 연달아 구속된 전직 대통령의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검찰은 1년 전인 지난해 3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소환조사를 한지 엿새 째였다.

법원은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다음 날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신병처리 또한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는 영장 청구 사흘 뒤인 22일쯤으로 예상된다.

◆ '영포빌딩 문건' 핵심 증거 vs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논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통령은 영포빌딩에서 압수된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보고 문건들도 조작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문건 작성자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가 있음에도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말 맞추기.증거인멸 등을 우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두 역대 대통령 범죄 혐의는 어떻게 다를까.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뇌물수수 및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과 차명재산 의혹 등 다스 실소유주 관련 정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ABC상사, 김소남 전 의원 공천헌금 등 뇌물 혐의에 대한 조사에서 주요 혐의에 대해 대부분 부인했다.

각종 뇌물 혐의와 연관된 다스와 도곡동땅 차명재산 등에 대해서는 '나와 무관하다', '내 소유가 아니고 경영 등에 개입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일어난 일일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검찰은 영포빌딩 문건을 이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 봤다. 여기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문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문건은) 조작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이다.

역대 전직 '피의자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13개에 달하는 혐의로 수사받은 박 전 대통령 또한 안종범 전 대통령 경제수석의 업무 수첩에 대해 '불법적으로 취득한 증거물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안 전 수석이 '대기업의 부정 청탁' 등에 대한 대통령 지시 사항을 꼼꼼히 기록한 이 수첩은 수사 당시부터 증거능력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삼성 뇌물 사건의 1심과 항소심에서도 이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재판부 입장이 갈렸다. 이 수첩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오는 4월 6일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서도 쟁점이다.

◆ 이명박, 가족 및 친인척 수사 계속 vs 박근혜, 가족 형사처벌 없어

두 전직 대통령의 차이점은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부인과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 씨를 비롯한 친.인척 수사에 검찰의 조사가 집중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측근들 외에 가족의 수사나 형사처벌은 없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통령의 가족들 전부 형사처벌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지만 박 전 대통령의 직계 형제인 박지만 씨는 임기 내내 관계가 멀었던 탓에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친 검찰은 앞으로도 보강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사청탁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전달한 14억5000만원의 자금을 쫓는 과정에서 그 중 일부인 5억원가량이 김 여사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에서 김 여사까지 공개 수사를 하기에는 검찰로서도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 정치보복 프레임 '닮은꼴'

두 전직 대통령은 검찰 소환 당시 입장표명을 통해 자신들을 겨냥한 수사를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덮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당시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오늘 하고 싶은 얘기도 많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라면서 되풀이되는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정치보복의 의도가 깔렸다고 암시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역대 포토라인에 선 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가장 길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대검찰청에 출석해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송구하다. 이 사건에 대해 저 혼자서 모든 책임을 안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라고 말했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에 출석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떠나면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 잘 다녀오겠다"며 짧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말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짧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1일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로 출석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고만 말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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