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금융부 기자) 미국계 생명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은 올 초 무배당 유니버셜달러종신보험을 출시했습니다. 보험료를 달러로 납입하고 보험금, 해지환급금, 중도인출금 등을 모두 달러로 받는 상품입니다. 외화표시 종신보험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매되고 있죠. 올해 핵심 판매상품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메트라이프생명은 이 달러종신보험 상품 때문에 지난 1월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달러종신보험에 대한 영업교육 자료를 비롯한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상품판매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달러종신보험이 일선 영업 현장에서 수익 목적의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판매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됐다는 이유에서였죠. 달러종신보험은 용어 그대로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입니다. 저축성보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만약 일선 영업현장에서 달러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판매된다면 분명한 불완전판매입니다.
조사 결과 영업현장에서 불완전판매는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설계사를 대상으로 철저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일선 영업현장에서 불완전판매가 없었는데도 왜 그런 지적이 제기됐을까요.
보험업계에 따르면 경쟁사인 D사 일선 영업조직에서 달러종신보험에 대한 노골적인 비방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달러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불완전판매가 된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퍼트린 것이죠. 이런 소문이 금융당국에도 전달되면서 금감원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완전판매에 대한 사전 점검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메트라이프생명은 D사에 강력 항의하고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D사는 일부 영업조직의 일탈 행위라고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선처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험업계에서 경쟁사의 신상품 비방은 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작년에도 국내 대형 보험사의 일선 영업조직에서 경쟁사의 신상품을 비방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설계사 교육 때 경쟁사 제품에 대한 단점만을 홍보하는 일부 보험사 및 독립법인대리점(GA)이 적지 않다는 것도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에 경쟁사의 영업 실태를 제보하는 보험사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물론 시장에서 보험사들이 상품 홍보를 위해 경쟁하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상도의’를 벗어난 일부 보험사의 영업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어려움에 처한 보험업계에서 이 같은 도를 넘어선 상호비방은 공멸의 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끝) /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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