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켐 "세계 4번째 알츠하이머 진단 의약품 하반기에 출시"

입력 2018-03-20 16:13   수정 2018-03-20 16:45

지대윤 퓨쳐켐 대표
영상 품질과 제조 수율에서 경쟁력 갖춰
소요시간 경쟁제품의 3분의 1
진단용 의약품 넘어 치료제까지 도전





'치료는 어렵지만 예방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치매 치료제 개발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화이자,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잇따라 좌절하면서다. 증세 악화를 늦추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미 악화된 환자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이들은 대신 중증 환자가 아닌 경도인지장애 수준의 초기 환자, 더 나아가서는 일반인으로 표적을 바꿔 예방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악화된 증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면 예방을 통해 문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한 진단이 대표적이다. 치매의 70%에 해당하는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에 달라붙는 방사성 의약품을 주입한 뒤 PET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가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 추정하는 방식이다.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 퓨쳐켐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진단용 의약품 '알자뷰'로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처음이자 세계 네번째다.

20일 서울 성수 사무실에서 만난 지대윤 퓨쳐켐 대표(63·사진)는 "10년 가까이 공을 들여 개발한 알자뷰가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으며 출시를 향한 첫 걸음을 뗐다"며 "생산설비 확충, 영업망 정비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올 하반기에 알자뷰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알자뷰의 강점은 베타 아밀로이드에 빠른 속도로 붙는 결합력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이외의 물질에는 최대한 결합하지 않는 화합물을 개발해 영상의 선명도가 뛰어나다는 게 지 대표의 설명이다. 이 덕분에 환자와 의료인 모두 편의성도 개선됐다. 지 대표는 "기존 진단용 의약품은 투여 이후 90분가량을 기다려야 하지만 알자뷰는 30분만 기다리면 베타 아밀로이드에 결합된다"고 말했다.

퓨쳐켐이 자체 개발한 자동합성장치도 알자뷰의 경쟁력을 높이는 밑바탕이다. 지 대표는 "알자뷰는 타사 제품에 비해 의약품 제조수율이 높아 가격경쟁력도 있다"며 "하반기 중에 출시되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자뷰는 퓨쳐켐의 세 번째 작품이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파킨슨병 진단용 의약품 '피디뷰', 폐암 진단용 의약품 'FLT'를 시장에 내놨다. 알자뷰와 마찬가지로 화합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주입한 뒤 PET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원리다.

피디뷰도 알자뷰와 마찬가지로 영상 품질과 제조 수율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의약품 주사 이후 진단까지 필요한 시간은 경쟁 제품의 3분의 1 밖에 안된다. 지 대표는 "국내에는 파킨슨병 환자가 적기 때문에 아직 이렇다할 수준의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1억 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FLT는 뇌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퓨쳐켐이 보유한 기술력의 근간에는 지 대표가 있다. 화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에서 유기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서강대 화학과 교수다. 2016년 대한화학회로부터 우수학술상인 이태규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약 개발을 위한 화합물 발굴은 그의 일생의 과제였다. 1999년 퓨쳐켐을 설립한 것도 방사성 의약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사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퓨쳐켐은 전립샘암 진단용 의약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전립샘암은 혈액검사로 일차적으로 스크리닝을 한 뒤 조직생검을 통해 확진을 해왔다. 이를 통증 없는 PET으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 대표는 "전립샘암은 서양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 중 하나"라며 "국내에서도 생활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전립샘암 발병률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립샘암과 연관이 깊은 단백질 'PSMA'와 결합이 잘 되는 화합물을 발굴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덧붙였다.

퓨쳐켐의 도전은 진단용 의약품에 그치지 않는다. 지 대표는 "방사성 의약품은 갑상샘암, 신경내분비 종양 등 여러 암 치료에 쓰이고 있다"며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전립샘암을 시작으로 다른 암종의 치료제 개발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퓨쳐켐은 지난해 매출 30억원에 4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 대표는 "알자뷰 출시를 앞두고 생산설비 확보, 인력 충원 등에 비용이 들어가면서 적자를 기록했다"며 "올 하반기에 알자뷰가 판매되기 시작하면 내년께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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