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상 기자 ] 지난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 1층 로비에서 중소기업들이 주로 참가한 ‘희망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성남시는 행사에 앞서 40여 개 참가 기업이 13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록 규모가 작은 행사지만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1인당 연 900만원씩 3년간 지원하고 5년간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파격적인 청년일자리 대책이 발표된 지 나흘 만에 열리는 취업박람회여서 성남시는 많은 청년 구직자가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대로 행사장이 북적일 정도로 많은 구직자가 왔다. 그러나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얼핏 봐도 젊은 층과 중장년층 비율이 2 대 8 정도였다. 주최 측 관계자는 “성남과 광주 지역에 거주하는 구직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행사를 안내했다”며 “청년층이 전화를 잘 받지 않아 홍보가 덜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수업이 있는 오후 2~4시에 박람회가 열리니까 대학생이 오지 못한 것”이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참가 기업들은 어땠을까. 한 정보기술(IT) 중소기업 대표는 “청년 구직자를 뽑으려고 나온 건데 퇴직자만 많이 와 당황스럽다”며 “현장 채용을 계획했는데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부스를 연 40개 기업 중 25개 기업이 20~30대 청년 채용을 목표로 박람회에 참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주최 측은 뒤늦게 주로 중장년층을 겨냥해 기획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박람회를 찾은 젊은 구직자들 호응도 좋지 않았다. 청년 구직자 중 상당수가 연봉 등을 확인하고는 별다른 상담도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참가 기업 40개 중 3개사를 제외하면 신입직원 초임이 3000만원 미만이었다. 구직자 A씨(23)는 “연봉 3000만원 이상 주는 중소기업이 정말 흔치 않다는 걸 실감했다”며 “3년간 신규고용지원금을 받아도 그 이후엔 다시 저연봉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위해 수차례 파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청년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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