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국정 운영의 파트너"… 문 대통령 '노동 존중' 철학 반영

입력 2018-03-20 18:04  

대통령 개헌안 (1) 헌법 전문 및 기본권

전문·기본권 주요 내용

근로→노동으로 수정

'권익보호 단체행동권' 보장
정리해고 때도 파업 가능

"6·13 지방선거 앞두고
노동계 입맛 맞는 개헌안"



[ 조미현 기자 ]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의 주요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노동 존중’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행동권 보장,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 등을 헌법에 명시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이를 두고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에 앞서 확고한 지지층인 노동계의 입맛에 맞는 개헌안을 내놨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노동계에 힘 실은 개헌안

대통령 개헌안은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외에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행동권 보장을 별도로 규정했다. 현행 헌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3권만 보장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임금 등 근로조건이 아닌 정리해고와 같은 경영상 불가피한 기업의 결정에 대한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불법 파업으로 회사가 손실을 입으면 노조가 물어줘야 하지만 합법이면 손해배상 책임이 사라진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파업은 권익 보호 목적으로 분류된다”며 “정리해고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권리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도 개헌안에 반영해 노동계에 힘을 실어줬다.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이란 노사 당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을 때 노동계에서는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근거로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 동의 없이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밖에 △근로(勤勞)를 노동(勞動)으로 바꾸고 △현역 군인 외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동일가치노동-동일수준 임금 지급 등이 반영됐다.

대통령 개헌안은 ‘노동계는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는 문 대통령의 노동계 끌어안기 행보와 맥을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17일 취임 후 처음 연 기자회견에서 “노동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정부도 노조 조직률을 키우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야4당이 대통령 개헌안에 반대해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근로자 기본권을 강조한 것은 노동계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선거 전략’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회적 대타협’에 노동계의 적극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당근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직접민주주의 확대 방안도

개헌안에 담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국민발안제가 도입되면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입법발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직접민주제의 대폭 확대를 통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이 지향하는 정신과 가치를 담은 전문(前文)에는 3·1운동, 4·19혁명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6·10 민주항쟁이 포함됐다. 촛불혁명은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인간의 존엄성, 평등권, 생명권 등 천부인권적 성격에 해당하는 기본권은 ‘국민’에서 ‘사람’으로 주체를 바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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