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아주그룹, 美 호텔 인수 전문회사로 '승승장구'..비결은?

입력 2018-03-20 18:29   수정 2018-03-20 18:31

'국내 호텔은 포화'..아주그룹, 美 호텔시장 본격 진출
텍사스·실리콘밸리 이어 시애틀에 네번째 호텔 인수
'서교호텔과 비슷한 규모만 산다'..주특기 특화원칙으로 성공



≪이 기사는 03월20일(10: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주그룹이 미국의 호텔을 사서 가치를 높인 후 비싸게 되파는 ‘호텔 전문 투자회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4년 이후 댈러스와 실리콘밸리, 시애틀 등 미국 중서부 핵심지역을 주 무대로 벌써 네번째 투자를 성사시켰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주그룹의 호텔·부동산 계열사인 아주호텔앤리조트는 글로벌호텔 체인인 매리어트호텔로부터 미국 시애틀의 AC호텔 벨뷰(사진)를 인수했다. AC호텔은 매리어트호텔 브랜드 중 하나다. 시애틀 도심인 메트로 지역에 위치한 AC호텔 벨뷰는 234실 규모의 호텔이다. 지난해 12월초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고, 지난주 잔금을 치르고 거래를 완료했다. 인수가격은 8700만달러(약 1000억원)로 알려졌다.

1999년 10월 아주산업이 호텔 사업을 분할해 설립한 아주호텔앤리조트는 국내에서 1987년 문을 연 서울 서교호텔과 하얏트리젠시제주 등 2개의 특급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호텔 투자사업은 서교호텔과 하얏트리젠시제주처럼 보유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치를 높여 되팔기 위해 산다는 점에서 국내 호텔사업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인수자금을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출자받는 대신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는 점만 빼면 호텔 투자에 특화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업태가 같다.

아주그룹이 해외로 눈을 돌린 건 국내 호텔시장의 심각한 포화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국내시장은 해외여행 증가로 국내 고객의 수요는 줄고 2013년부터 이어진 호텔 공급정책으로 중저가 호텔들이 쏟아지면서 공급은 과잉현상을 빚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마저 급감하면서 국내 호텔시장의 운영수익은 악화일로다.

30여년 간 호텔 운영 노하우를 쌓은 아주그룹이지만 해외진출은 무모한 시도라는 비관론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아주그룹은 잘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했다. 먼저 인수대상을 호텔서교와 하얏트리젠시제주와 비슷한 200~350객실 규모의 호텔로 한정했다. 가장 잘 아는 규모의 호텔을 사야 최적의 가치증대 방안을 끌어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직을 인수대상을 찾고 협상을 벌이는 호텔M&A팀과 인수한 호텔을 운영하고 가치를 높이는 자산운영팀으로 조직을 꾸렸다. 국내외 호텔 및 호텔 프랜차이즈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 6명도 영입해 사업 총괄을 문윤회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에게 맡겼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아들로 호텔경영 최고 명문 코넬 대학을 졸업한 문 대표가 그룹 내 최적임자여서다.

진출지역은 미국 중서부로 좁혔다. 미국은 진작부터 ‘호텔도 사고파는 인수합병(M&A) 대상’이라는 인식이 발달한 나라다. 거래가 활발한 덕분에 호텔의 시세도 합리적으로 형성돼 있고, 브랜드와 전문운영사로 영역별로 전문화가 이뤄져 있다. 호텔 인수에만 돈을 대는 기관투자가들이 있을 정도로 호텔 투자에 대한 자본시장의 이해도도 매우 높다. 아주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미국 호텔 시장은 단순히 ‘건물 한채에 얼마’가 아니라 ‘A호텔은 객단가 100달러, B호텔은 객단가 150달러’하는 수준까지 정교하게 거래가격이 형성돼 있다”며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데다 호텔 매물도 많아서 첫번째 진출지역으로 적합했다”고 말했다.

중서부 지역으로 범위를 한정한 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만 투자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2014년 텍사스 댈러스의 더블트리 바이 힐튼 댈러스(227객실)가 1호 투자였다. 객실, 레스토랑, 연회장, 수영장 등을 리노베이션 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했다. 인수 당시 객실단가 114달러, 객실점유율 74.8%였던 호텔이 2년 만인 2016년 객 단가 143달러, 객실점유율 77.6%의 호텔로 변신했다. 주식 기준 내부수익률(IRR)이 27.1%에 달했다. 2015년에는 실리콘밸리의 홀리데이인 산호세 실리콘밸리 호텔(354실)을 5345만달러에 사들였다. 댈러스에서의 성공으로 자신을 얻은 아주그룹은 더욱 적극적으로 가치개선에 나섰다. 고객군의 비율을 조정해 객실 단가를 올리고 연회장을 개보수했으며 식음료의 메뉴까지 싹 바꿨다. 127.6달러였던 객단가가 170달러까지 오른 덕분에 작년말 6175만달러에 재매각할 수 있었다. 2년만에 1000만달러 가까운 수익을 낸 것이다. 지난해엔 실리콘밸리 인근의 최고급 호텔인 웨스틴산호세(171실)를 6400만달러에 사들였다.

댈러스는 셰일가스 붐이, 실리콘밸리는 4차 산업혁명에 힘입어 부동산값이 치솟는 지역들. 새로 인수한 AC호텔 벨뷰가 위치한 시애틀도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부동산 시장으로 꼽힌다. 15개월 연속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해 1999~2001년 샌프란시스코가 기록한 19개월 연속 상승 기록을 깨뜨릴 기세다. 아주그룹은 AC호텔 벨뷰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1개 이상의 호텔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거래경력이 쌓이면서 미국 시장 진출초기에는 ‘아주가 뭐하는 회사냐’ 하던 호텔거래 전문 IB들이 이제는 먼저 매물을 들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아주호텔앤리조트는 지금까지의 투자실적을 바탕으로 외부투자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해외 호텔에 투자하고 싶지만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기업과 기관투자가가 많기 때문이다. AC호텔 벨뷰에도 국내 중견기업이 공동 인수자로 참여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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