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구해요"… 강남권 역전세난 확산

입력 2018-03-20 18:59  

두 달 새 전셋값 1억~2억 '뚝'
신규 입주단지·분당까지 하락



[ 김형규 기자 ]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세입자를 구하는 신규 입주 단지를 포함해 대치동 학원가, 분당구까지 인기 거주지역이 모두 약세를 보이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세가는 두 달 새 1억원 이상 내렸다. 학군 이주 수요가 끝난 데다 신규 입주량이 많은 까닭에 면적이 큰 아파트 위주로 크게 하락했다. 대치동의 ‘개포우성1차’ 전용 136㎡는 지난 1월 11억~12억2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으나 이달 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중소형 아파트도 5000만원 가까이 내린 곳이 많다. ‘한보미도’ 전용 128㎡는 같은 기간 11억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거래가가 낮아졌다.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1월 9억~10억원 사이의 거래가 많았지만 3월에는 8억4000만~9억원으로 내렸다. 지금은 8억원에 전세를 놓은 집주인도 있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 적체가 심해져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대 석 달째 거래가 안 되는 사람, 한 번에 2억원을 낮춰 조정하는 소유주도 있다”고 전했다. 전셋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2년 전 계약한 전세 금액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줘야 하는 ‘잔금 대란’이 일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세입자를 찾는 단지들의 전세가도 1억~2억원가량 뚝 떨어졌다. 6월 입주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의 ‘아크로리버뷰’ 전용 84㎡는 당초 14억~15억원에 세입자를 구하는 물건이 나왔지만 지금은 12억~13억원으로 떨어졌다.

송파구 가락동의 ‘송파 헬리오시티’는 12월 입주 예정이지만 입주 10개월 전인 지난달부터 세입자를 구하는 물건이 일선 중개업소에 나왔다. 전용 84㎡ 전세가는 당초 8억5000만원 이상에 형성돼 있었으나 현재 7억원에 임차인을 찾고 있다. 9510가구의 대단지인 까닭에 연말 이 단지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 전세가가 앞으로 더 하락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준강남권으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분당선 서현역 역세권으로 전세 인기가 좋은 서현동의 ‘시범한양’ 전용 134㎡는 이달 6억~7억원 사이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1월에는 7억~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삼성·한신’ 전용 84㎡도 5억5000만원 부르던 전셋값을 2주 만에 5000만원 내렸다.

서현동의 A공인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보다 전세 계약이 적은 까닭에 2000만~5000만원 빠지는 등 전체적인 하락세”라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당구 전세가 변동률은 6주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6일(-0.43%)부터 낙폭이 확대돼 이달 5일(-0.29%), 12일(-0.31%) 모두 크게 떨어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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