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소환 압박에 집단소송까지… 사면초가에 빠진 페이스북

입력 2018-03-21 19:37   수정 2018-03-22 06:45

페북 '개인정보 유출 파문' 일파만파…주가 이틀째 급락

주가 이틀 새 9.4% 빠져
주주들 "정보보호 규정 위반"
손해배상 요구하며 소송 제기

미국 FTC·검찰·EU 등 잇따라 조사
규제 강화 움직임에 업계 '비상'

"페이스북 삭제하라"
왓츠앱 CEO, 팔로어에 탈퇴 운동
안팎서 "신뢰 위기, 망할 수도" 우려
정작 CEO인 저커버그는 '침묵'



[ 워싱턴=박수진 기자 ]
2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이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주들이 집단소송에 나섰고,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고객정보 보호 규정을 어긴 혐의를 걸고 본격적인 조사와 규제 강화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뒤숭숭한 상황에 직원들도 돌아가는 사정과 대응 방안을 얘기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경영진뿐이다. “신뢰의 위기다. 이러다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페이스북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주주들이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입은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초부터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19일까지 페이스북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이 원고다.

이들은 소장에서 “페이스북이 그릇되고 사실을 호도하는 발언을 했고, 회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해 자체 정보보호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 6.8%에 이어 이날도 2.6%가 빠졌다. 지난달 1일 고점에서 무려 14% 곤두박질쳤다.

이번 사건은 17일 뉴욕타임스가 5000만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선거 활동에 활용됐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정보가 외부 업체에 넘어간 사실을 묵인했거나 알고도 방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美·EU “저커버그가 직접 설명해야”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날 페이스북이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허용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도입된 개인정보 보호 규정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를 다른 업체와 공유할 때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이를 위반해 2012년 2250만달러(약 241억원)의 벌금을 낸 적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페이스북에서 앱(응용프로그램)을 다운받으며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에 동의한 27만 명 외에 이들과 친구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이용자 수천만 명의 정보까지 무더기로 넘어갔다며,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의회는 최고경영자인 저커버그가 직접 의회에 나와 상황을 설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규정을 강화하는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개인정보 규제 강화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구글 트위터 등 다른 비슷한 정보통신업체에도 직격탄이 된다. 매사추세츠, 뉴저지에 이어 뉴욕주 검찰도 이날 페이스북 조사를 선언했다.

페이스북이 2014년 190억달러에 인수한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의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튼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페이스북을 삭제하라(#DeleteFacebook)”고 썼다. 그는 2만1000명의 팔로어를 두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해시태그를 달아 ‘페이스북을 삭제하라’는 메시지가 널리 퍼지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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