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글로벌 전초기지
2007년 진출… 10년 연속 흑자
남·중부에 생산법인 추가 설립
인프라·전자결제 등 신사업 확대
인도에 스판덱스 공장 설립
2019년까지 1억달러 투자
고부가 프리미엄 섬유시장 공략
국영송전공사 입찰에도 참여키로
[ 김보형 기자 ]
올해로 취임 2년차를 맞은 조현준 효성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베트남과 인도를 발판삼아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지난 2월8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효성과 베트남 사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열흘 만인 18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에서 폴리프로필렌·전동기 등 화학과 중공업 부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효성은 중부 꽝남성에도 생산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2위 시장인 인도에는 스판덱스 공장을 짓기로 했다.
베트남서 10년 연속 흑자경영
효성은 2007년 호찌민시 인근 동나이성 연짝공단에 베트남 법인과 생산 공장을 세웠다. 인건비 상승과 규제 강화로 중국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미리 대비한 포석이었다. 축구장 90개와 맞먹는 121만㎡ 부지 공장에서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전동기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설립 직후인 2008년부터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4년부터는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돌고, 10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효성 전체 매출의 10%, 베트남 수출의 1%를 담당하고 있다. 현지 채용 규모도 7000명이 넘는다.
효성이 지금까지 베트남에 투자한 규모는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13억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이다. 베트남 남부 바리어붕따우성에 폴리프로필렌 공장을 증설하고, 중부 꽝남성엔 생산법인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베트남을 섬유·산업자재·중공업·화학 등 효성의 핵심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글로벌 전초기지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작년 30만t 규모로 증설을 끝낸 용연 프로필렌 공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파이프용 프로필렌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고, 새로 짓는 공장은 일반 제품 생산 공장으로 이원화해 원가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 등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전동기 사업도 베트남에서 반제품을 제조해 국내 창원 공장으로 들여와 완제품을 생산해 재수출하기로 했다.
효성은 앞으로 베트남에서 인프라 사업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전자 결제 등 정보기술(IT)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으로 전력·도로·항만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 회장은 응우옌쑤언푹 총리와의 만남에서도 송전과 건설 부문에서 쌓아온 효성의 기술력을 통해 전력과 도로, 항만, 도시 개발 등 베트남 인프라 사업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베트남이 초고압 변압기 부문에서 수출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효성은 지난 16일 베트남 패션기업인 패션스타와 이 회사 브랜드 라임오렌지의 스포츠웨어 라인을 함께 출시하는 내용의 업무 제휴협약(MOU)을 맺고 현지 애슬레저룩(일상복을 겸한 스포츠웨어)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 명에 가까우면서도 평균 연령이 30.8세로 낮아 젊은 층을 위한 의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0년 27조동(약 12억달러)이던 베트남 의류 시장은 2015년 54조동(약 24억달러)으로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119조동(약 53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섬유·중공업 등 인도사업 확대
조 회장은 모디 총리를 만나 2019년까지 스판덱스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 회장은 모디 총리에게 “인도는 세계 최대 섬유시장 중 하나로 앞으로도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공장을 세우게 된 만큼 앞으로도 효성과 인도가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효성이 인도에 스판덱스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효성은 우선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해 2019년까지 아우랑가바드시 인근 아우릭 공단 내 40만㎡ 부지에 스판덱스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시장 수요가 늘어나면 추가 증설 방안도 검토한다. 스판덱스는 탄력과 강도가 뛰어난 고부가가치 합성섬유로 ‘섬유의 반도체’로 불린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세계 1위 점유율(32%)을 기록 중이다. 효성은 인도 공장 가동을 통해 60% 수준인 현지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을 70%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인도 스판덱스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16%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효성은 신규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는 2020년에는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시장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효성은 2007년 뉴델리에서 처음 인도 사업을 시작한 뒤 2012년부터 뉴델리 무역법인을 운영해왔다. 2016년에는 푸네 지역에 초고압 차단기 생산 공장을 설립해 가동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며 연 3억달러(약 3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조 회장과 모디 총리는 산업용 섬유와 중공업, 금융자동화기기 등 인도 사업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조 회장은 중공업 부문에서 인도 국영송전공사(PGCIL) 입찰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아울러 ESS와 친환경 송전시스템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준 회장, 소통·기술·1등 강조
조 회장은 작년 취임사를 통해 ‘100년 효성’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소통이다. 조 회장은 “고객의 목소리는 경영 활동의 시작과 끝”이라며 “협력사는 소중한 파트너로서 세심한 배려로 상생의 관계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느낀 고충과 개선점들이 기술 개발과 품질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작은 아이디어라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배려하고 경청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에 대한 중요성도 잊지 않았다. 조 회장은 “임직원들이 사명감을 발휘해 만든 기술과 제품이 세계 최고라는 긍지를 갖게 되길 바란다”며 “기술 경쟁력이 효성의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끝으로 항상 승리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했다. 그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 최대 섬유 전시회인 중국 상하이 ‘인터텍스타일’에 참석해 글로벌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진두지휘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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