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0월 한 방송사에서 공개한 태블릿PC는 ‘최순실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가 그 태블릿PC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위성항법장치(GPS) 위치 정보, 사진 촬영 정보 등 태블릿PC 안 각종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이처럼 ‘컴퓨터·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과학적인 절차와 기법으로 수집·복원·분석해 증거를 확보하는 행위’를 ‘디지털 포렌식’이라 한다. 검찰에서 2001년 디지털 포렌식을 도입한 이래, 최근 10년간 분석 건수가 25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지금은 거의 모든 사건 수사에 디지털 포렌식이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 광주 3남매 화재 사망 사건에서 침수되고 불에 탄 휴대폰의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구해 방화 동기를 밝혀냈고, 조희팔 사기 사건에서는 삭제된 데이터베이스를 복구해 전체 피해액을 규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사기관 외에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시 등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로펌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디지털 포렌식을 이용한다. 갈수록 수요의 폭이 넓어지고 그 결과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포렌식을 제대로 하려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서부터 운반, 보관, 분석에 이르기까지 수정되지 않았음이 담보돼야 한다. 아울러 ‘숙련된 전문가’에 의해 ‘검증 가능한 도구’로 수행해야 한다.
대검찰청에서는 2001년부터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교육’을 시행해 작년까지 23개 기관, 총 260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2012년부터는 한국포렌식학회와 함께 국가공인자격시험인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자격시험’을 실시해 그동안 1·2급 전문가 670여 명을 선정해 왔다.
나아가 대검찰청 주도로 개발한 디지털 포렌식 도구로서 검찰을 비롯한 국내 대부분 기관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포렌식 툴(CFT)에 대해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로부터 그 성능을 검증받았다. 향후 국내외 표준기구와 협력해 포렌식 기술과 절차에 관한 통일적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불필요한 조작 시비를 사전에 차단해 나갈 예정이다.
조작되거나 오염된 데이터는 진실을 왜곡한다. 디지털 기기에 남아 있는 자료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찾아낸 디지털 증거는 진실을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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