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공사 '5000억 공짜옵션 속임수' 적발… 반포1단지 '좌불안석'

입력 2018-03-22 17:51   수정 2018-03-23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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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5개 재건축조합·시공사 경찰 수사 의뢰

건설사 '무상 지원' 약속하고 공사비에 중복 계산
조합원들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의도 담겼나" 동요
일부 소유자 소송도 '변수'… 서초구청 판단 '주목'



[ 선한결/이정선/이해성 기자 ]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시공사가 무상으로 특화시설을 설치해 준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공사비에 포함시키는 수법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선 유상인 공사비를 무상인 것처럼 호도한 금액이 무려 5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말 급하게 신청한 관리처분 인가 신청이 무효화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000억원 무상이라더니

국토교통부는 서울시·한국감정원 등과 합동으로 서울 시내 5개 재건축 사업지를 대상으로 시공사입찰 조합운영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모두 76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점검 대상에 오른 단지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동아, 방배6구역, 방배13구역, 신반포15차 등이다.

건설사가 특정 항목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유상으로 처리한 사례가 적발됐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 조합에 무상으로 제안한 5026억원 규모 특화시설을 총 공사비에 유상품목으로 중복 포함시켰다. 실제로 유상으로 제공하는 항목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처럼 홍보해 지난해 9월 말 시공사로 선정됐다. 총공사비가 2조6363억원에 달하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강남권에서도 ‘대어’로 꼽히는 재건축 사업지다.

전문가들은 시공사가 조합에 고액의 이사비를 지원하려고 공사비를 중복 계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주전 당시 현대건설은 조합원 가구당 7000만원씩 이사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사비 총액만 1600억원이 넘는다. 국토부가 지원이 과도하다고 지적하자 현대건설은 “특화계획에 이사비를 포함해 합법적인 방식으로 지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면 당시 함께 경쟁에 나선 GS건설은 특화계획 비용에 2957억원을 써냈다. 이사비 지원금은 따로 책정하지 않았다.

대림산업은 서초 신동아와 방배6구역에 대해 천장형시스템에어컨, 발코니 확장 등 총 341억원 규모 무상제공 품목을 유상설계로 중복 처리했다.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에서 전기차충전기설비, 무인택배시설 등 110개 품목을 무상 제공한다고 해놓고 56억원만큼을 유상으로 중복처리했다.

또 시공사 수주전에서 조합에서 제시한 입찰 참여 기준을 위배해 대안설계를 제시하거나 개별 홍보한 사례도 적발됐다. 또 총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조합도 있었다.


◆관리처분 신청 무효?

국토부는 부적격 사례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국토부 지적사항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선정된 건설업체의 시공권을 박탈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조합에 금품을 제공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시공권을 박탈하도록 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를 넘지 못했다. 무상품목 유상편입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규정이 없다. 반포주공1단지 조합 관계자도 “이번 수사와 관련해 시공사 선정 취소 등을 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일부 주택형 조합원 모임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하려는 의도가 국토부 발표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모임은 “정부와 서울시의 강남 재건축에 대한 압박이 날로 강화되고,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 적용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토부 발표는 우리 사업을 정조준해 환수제 적용 의지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며 “조합과 시공사가 철저히 대처해 우리 사업에 어떤 악영향도 끼치지 말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지를 주민들에게 돌렸다.

조합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향후 법원 판단 등을 거쳐 관리처분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법부가 시공자 입찰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사도급 계약이 무효 처리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관리처분인가 신청도 효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발표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의 적법성에 대한 서초구 판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지난 1월1일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급하게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단지의 신청 절차와 서류가 적법한지 철저히 점검하라고 각 구청에 요구했다. 서초구청은 아직 여기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관련 공문을 받으면 법적 자문을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와 관련한 항목이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이 지난 1월 제기한 관리처분 무효 소송도 리스크다. 관리처분계획 무효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은 조합이 적법한 분양 절차를 밟지 않았고, 조합원 가구 면적 배정도 형평성에 어긋나게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한결/이정선/이해성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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