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채연 기자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2일 기조강연을 하면서 참석자들을 두 번 놀라게 했다. 특별한 원고 없이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40분 넘게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을 설명하는가 하면 질의응답 시간엔 수첩 대신 자신의 태블릿PC에 질문의 요점을 정리한 뒤 곧바로 답변을 내놨다.
조 장관은 평소 통일부 내에서 대표적 ‘얼리어답터’로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보고자료를 확인한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조 장관은 종이 자료보다는 모바일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자료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조 장관이 취임한 뒤 각종 회의에서 쓰는 종이 사용량이 현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통일부 직원들은 조 장관이 오랜 야인 생활을 하는 동안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통 관료 출신인 조 장관은 2008년 전까지 승승장구했다. 1984년 통일부에 들어와 1990년 중반부터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건설 등의 실무를 맡아 대북통으로서 경험을 쌓아갔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북 구호물자 전달을 위한 남북 적십자 대표접촉에서 대표를 맡았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1999년 6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차관급 회담 대표를 맡았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의 회담 대표로 일했다. 2007년엔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 단독 배석해 10·4 선언을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로 복귀했으나 노무현 정부 인사로 낙인찍히면서 보직을 받지 못한 채 2008년 10월 만 51세에 명예퇴직했다. 9년 만인 작년 7월 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돌아왔다. 통일부 출신으로는 정세현 전 장관(2002년 2월∼2004년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장관직에 올랐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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