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의 쓴소리와 당부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총 사회를 맡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등은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의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주주와 기관투자자, 권오현 회장, 신종균 부회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가졌다.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발행주식 액면분할 △정관변경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등이 다뤄졌다.
의안 상정에 앞서 김기남 DS부문장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 등 경영진은 주주들에게 사업부문별 경영현황과 관련해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주주는 “최근 중국이 국가차원에서 반도체 굴기를 하고 있는데 주주입장에서 걱정된다”며 “어떤 대응 방안을 갖고 있나"고 물었다. 이에 김기남 사장은 “최근 중국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 반도체 부문에 진입하고 있지만 반도체는 다른 산업보다 기술 장벽이 높다”며 “단기간 대규모 투자만으로 기술 벽차의 벽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지만, 자만하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진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평택공장 정전에 대해 우려를 표한 주주의 질의에 김 사장은 “현재 완전히 복구한 상태로 직접적 손해는 5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30여년 간 여러 번의 사고를 통해 사고방지를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나, 새로운 환경이나 조건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주주는 50대 1 액면분할에 대해 “10대 1로 액면분할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권오현 회장은 “10대 1 액면분할을 해도 25만원이라 고가의 주식”이라며 “검토를 안한건 아니지만, 코스피 평균 지수를 반영해 50대 1로 하는게 소액 주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판단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불만과 당부도 나왔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의 청소기를 믿고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먼지들을 잘 빨아들이지 못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를 사용중인데 요즘 스마트폰은 일체형뿐이다. 배터리가 예전처럼 2개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동진 사장은 “일체형으로 나오는 배터리는 만져서는 안 되는 위험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한자릿수로 하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문제점을 고치는 응축된 일을 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은 굉장히 복잡한 시장이지만 간과한 부분들을 차근차근 되짚어 접근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한 때 주총장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한 주주가 주총의 느린 진행을 지적하면서부터다. 그는 “사내이사 선임 등은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시간을 끌게 뭐 있나”라며 “빨리빨리 처리하고 50대 1 액면분할로 넘어가자”고 말했다.
이에 권오현 회장을 비롯한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회장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한다"며 급히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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