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성공'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집권 3기는 여전히 가시밭길?

입력 2018-03-23 15:28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이 3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집권 3기를 맞이하는 김정태 호(號)의 앞날은 안개가 자욱한 모습이다.

최순실 특혜대출과 관련해 은행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다 셀프연임, 채용비리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어서다. 노동조합의 강한 반대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23일 하나금융지주는 서울 중구 소재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 4층 대강당에서 비공개로 주주총회를 열고 김 회장의 3연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체 주식수 2억3356만6798표 (참석률 78.9%) 가운데 1억9751만3008표(84.6%)가 연임에 찬성했다. 반대는 15%, 기권은 0.5%였다.

이로써 김정태 회장은 총 9년 동안 하나금융지주를 이끌게 됐다.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하나은행의 창립멤버인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 등을 지내고 지난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뒤 2015년 한 차례 연임한 바 있다.

김 회장의 사내이사 단독선임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김 회장과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경영관리 부문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경영지원 부문장) 등 3인 체제에서 김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하나금융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 결과 및 은행법 위반 여부 등에 따라 연임 뒤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특혜 채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단을 꾸려 하나금융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 사장 재직 당시, 지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취임 6개월만에 낙마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의 '임원추천제도'(임원이 추천한 지원자는 서류전형 면제) 등이 드러나면서 당시 하나금융 회장이었던 김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김 회장은 조카·친동생의 특혜 채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1시간 가량의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에 참석한 김정태 회장은 의혹에 대한 참가자들의 질의에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중인 관계로 답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된 직후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노동조합),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는 바로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의 3연임 여부에 상관없이 투쟁을 이어갈 것이며, 김 회장이 거짓말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김 회장과 주요 경영진은 주총장에서 비겁한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주주들은 김 회장의 연임을 선택했을지라도 하나금융의 또다른 주인인 국민의 판단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이 하나금융 경영자로 적합한지 아닌지는 금융당국과 사법기관에 의해 확정될 것"이라며 "김 회장에게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 동안에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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