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은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가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불일치) 현상과 관련이 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청년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만 사회보상 체계를 개선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으로만 청년이 쏠리지 않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있는데도 청년 구직자들은 대기업보다 연봉이 낮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을 기피한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또 향후 3년간 39만 명에 이르는 ‘에코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1991~1996년생)가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34세 이하 청년이 임금의 일정액을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이 3년간 연 800만원을 지원(청년내일채움공제)하기로 했다. 취업 후 5년간 근로소득세를 면제하고, 전월세 보증금을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기로 했다. 교통이 열악한 산업단지로 출퇴근하는 청년에게는 매월 10만원씩 교통비도 지원한다. 이를 모두 합하면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실질소득이 3년간 최대 1035만원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근본적·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처방 없이 기존 제도를 약간 손질해 지원 대상과 금액을 늘린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정부지원금을 받고 입사한 신입 직원과 기존 직원 간 ‘연봉 역전’으로 직장 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로부터 청년 일자리 대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中企 낮은 임금이 청년실업 원인…재정 통해서라도 적극 해결해야
민간 스스로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노력해야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 대한 재정 지원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한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 현재 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착화, 그리고 산업인력의 수요변화와 괴리된 고학력 인력의 과잉배출 문제와 맞닿아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곧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뜻한다. 과거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 대비 70% 이상에 달했으나 최근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임금 격차는 왜 발생했을까. 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다. 당시 극심한 노동운동으로 이 시기 근로자 임금이 수배로 뛰었다. 대기업은 이런 급격한 임금 상승에 따르는 문제를 자동화를 통해 해소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노동력에 의존했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이미 14만 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는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로 이어졌다.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한 전략은 생산성 향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국으로 이전과 글로벌 경영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해외 진출기업들은 완성품은 해외에서 생산하더라도 부품은 국내에서 조달했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더 높은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요구받은 기업들은 부품 조달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기업들로 눈을 돌렸다. 결국 국내 중소기업에 주어진 시장은 위축됐다.
이렇게 왜소해진 중소기업들은 한정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자연히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의 낮은 수익은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저임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여기에 산업계 수요 변화와 동떨어진 고학력 인력의 과잉배출은 인력 미스매치 현상을 가중시켰다. 대학 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과거 30%대에 머물던 대학진학률은 2005년엔 80%를 넘어섰다. 이렇게 산업수요를 초과해 과다 배출된 대졸자들은 고급인력 실업문제를 야기했다. 부족한 고졸 생산직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체하면서 일자리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결국 산업·교육·노동정책의 부조화가 현재와 같은 일자리·청년실업 문제를 불러왔다는 말이다.
정부는 이번 일자리 대책을 3~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수년 내 노동시장에 신규로 유입되는 청년층이 급감하면 자연스레 청년고용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미 있는 중소기업 일자리도 채우기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재정 지원을 해서라도 청년실업과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적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인턴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급급했던 청년고용 정책과 비교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는 측면에서 매우 도전적인 특단의 조치로 박수받을 만하다. 다만 이웃한 일본처럼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일정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자체적 임금수준 향상 등 민간이 자생적으로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나왔던 청년고용 대책들처럼 ‘미풍’에 그칠 수 있다.
[반대] 청년들 中企기피 이유 임금 외 다양…효과 못보고 단기적 대책 그칠 수도
청년 일자리 위한 추경 편성은 국가재정법 위반
정부가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골자는 평균 실질임금이 연 2500만원 수준인 중소기업 신규 취업 청년에게 정부가 직간접으로 연간 약 1000만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이를 추가경정예산과 세제개편을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혜 대상인 청년층의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연 이런 노력이 정당화되고 책임 있는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렇게 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된다.
먼저 이번 정부 대책은 ‘정부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정책’은 사회문제-정책(policy)-프로그램(program)이라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구조하에 역량 있는 정부가 정책과 프로그램을 잘 설계하는 의사결정과 그 내용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사회와 경제에 대한 미래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체계화하고 제시할 때, 정부가 당면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방향 제시는 전혀 없이 지엽적인 프로그램 하나로 전부인 양하고 있다.
사실 청년실업 문제는 이미 다수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산업과 경제구조의 변화, 노동시장 구조의 경직성 완화, 노동력의 국제적 이동, 교육제도의 결함 개선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했다. 그 결과 적극적 노동정책(active labor policies)이라는 개념 아래 다양하고 종합적인 정책제언이 이뤄져 왔다. 일자리위가 이런 각 정책영역에서의 방향성을 제안조차 못하고,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나 논의할 만한 극히 단기적이고 보조적인 프로그램을 국민 앞에 일자리 대책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모습이 보기 민망하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재정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프로그램이 과연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 역시도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렵다. 이 프로그램은 암묵적으로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는 이유가 낮은 임금 등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는 단순한 가정에 근거한다. 주변의 대학생, 청년들과 이야기해보면 중소기업에 선뜻 취업하겠다고 마음먹기 어려운 이유는 한 번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나중에 경력직으로 더 좋은 조건인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이직할 기회가 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정부나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을(乙)’로서 상대적으로 불공정한 상황에 놓이는 데다 지속적인 자기계발에도 불리하다고 청년들은 판단하고 있다.
과거 유사한 임금보전 프로그램들이 시행됐지만 새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람 숫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재정투입에 비해 효과가 적어 결국 비효율적인 재정투입이 되고 만다. 게다가 청년 일자리 정책 재원 마련을 위해 세계잉여금을 활용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을 위배하는 심각한 위법행위이기도 하다. 만약 이것이 허용된다면 국가재정법 체계의 붕괴와 행정부의 재정권 남용을 허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사회적 신뢰와 안정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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