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주식 50대1 액면분할 통과
[ 고재연 기자 ] 올해 삼성전자 경영진은 ‘중국의 추격’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규모 투자로 ‘반도체 굴기’가 가시화되고 있고,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전략 등을 통해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중국 제품의 추격세를 따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어떤 비전 내놨나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제4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부문별 경영 현황을 설명했다. 주요 사업부장들이 직접 나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나타냈다. 김기남 반도체·부품(DS) 부문장(사장)은 “메모리 반도체는 2세대 10나노(㎚) D램 등 선단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고 지난해 완성한 평택 단지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또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전 부문에 속속 진입하고 있고 자국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도체산업은 기술 장벽이 유난히 높은 산업인 만큼 지금의 기술 격차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3세대 10나노 D램과 6세대 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개발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도 중국의 추격세에 본격 대응할 태세를 밝혔다. 그는 “올해 글로벌 가전시장은 기존 경쟁사들에 후발주자인 중국업체들이 본격 가세하는 양상을 띨 것”이라며 “핵심 경쟁 요소도 가격, 성능 외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를 선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또 올해 TV 사업은 75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과 8K 해상도의 초고화질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면서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적용한 모듈형 TV ‘더 월’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의 OLED TV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주주의 질문에 “일부 데이터가 혼용되고 있는데 유통에서 실제로 팔리는 통계로는 우리가 확고한 1등을 차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사회 의장 신설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에게는 “중국 시장에서 휴대폰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데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한 자릿수대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고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중국 조직 책임자를 모두 교체했고, 3단계로 나뉘어 있던 현지 영업조직에서 중간 한 단계를 없애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갖췄다”며 “책임지고 노력할테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어 갤럭시 S8·S9 등 플래그십 모델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올해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주요 전략으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리더십 강화로 성장 모멘텀(추진력)을 제고하고, 수요가 확대되는 성장시장도 준비된 라인업을 활용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을 50 대 1로 액면분할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또 이상훈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이사회는 창사 후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가 분리됐다.
이날 마지막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은 거버넌스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주 여러분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은 작년보다 100여 명이 많은 500명의 주주, 기관투자가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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