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자학원, 교육 아닌 첩보기관"… 미국 의회도 중국 견제 강화 총력

입력 2018-03-23 19:41   수정 2018-03-24 05:51

G2 충돌 전방위로 확전

미국내 100여개 대학 부설기관
로비단체로 등록해 감시 강화 추진

언어·문화 전파 목적으로 설립
정부 관계자·공산당 출신 운영
비밀자금 통로·유학생 감시 악용
아예 재정난 겪는 미국 대학 인수도



[ 베이징=강동균 기자 ] 미국 행정부에 이어 의회도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와 중국 문화 전파를 위해 미국에 설립한 공자학원을 감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공자학원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선전 조직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제·통상 문제에서 촉발된 주요 2개국(G2) 간 분쟁이 사회·문화 분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공자학원 활동에 투명성 요구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톰 코튼 상원의원과 조 윌슨 하원의원은 전날 ‘외국 영향력 투명화법’을 상·하원에 각각 발의했다. 법안에는 공자학원을 외국 대행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해외에 알린다는 목표 아래 중국 교육부가 각국 대학과 연계해 세운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미국에선 100여 개 대학이 부설기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공자학원은 중국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단체’로 등록된다. 로비단체는 활동 범위와 자금원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해 공자학원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공자학원이 미국 고등교육과 교육기관에 영향을 끼치려는 목적에서 설립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루비오 의원은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이라며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튼 의원도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직한 토론이 있기를 바란다면 다른 나라가 미국 땅에서 이익을 추구하려는 행위에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사상 선전에 활용

공자학원은 2004년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138개국 525곳에 세워져 있다. 운영 총책임자는 최근까지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류옌둥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확대 기구인 통일전선공작부 부장을 지냈다. 공자학원의 다른 운영 간부도 모두 공산당 출신 원로가 맡고 있다. 학원의 본부 격인 중국 교육부 산하 궈자한반(國家漢辦)은 학원 운영비를 대는 것은 물론 교과서를 선정하고, 중국어 교사도 직접 고용해 훈련시킨다.

미국은 그동안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첩보기관이라고 의심해 왔다. 중국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프트파워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세워졌지만 점차 ‘샤프 파워(sharp power)’를 키우는 기관으로 변질됐다고 보고 있다. 샤프 파워는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부가 은밀하게 펴고 있는 정보전과 이데올로기 전쟁 등을 말한다. 비밀 자금이나 경제적 영향력 등을 활용해 유인, 매수 등 탈법적 수법까지 동원함으로써 상대가 강제로 따르게 만들도록 하는 전략이다. 교육, 학문, 예술 등 문화적 영향력을 일컫는 소프트 파워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사상 선전과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되고 있어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공자학원이 미국 내 중국 유학생과 중국 민주화운동,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도 악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대학교수협회는 2014년 공자학원이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각 대학에 관계를 단절할 것을 권고했다. 시카고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는 이를 받아들여 그해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루비오 의원은 지난달 지역구인 남부 플로리다주의 여러 대학 등에 서한을 보내 공자학원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청했다.

◆美 대학 사들이는 차이나머니

최근 미국 내에서는 차이나머니가 미국 대학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교육업체 베이징카이원교육기술은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라이어대 산하 음악대학인 웨스트민스터콰이어칼리지를 4000만달러(약 43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베이징카이원은 인수를 발표하기 1주일 전에 장수중타이교량에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철골구조물 기업이다.

베이징카이원의 인수 소식에 이 학교 졸업생과 교직원들은 동요했다. 교량용 철판을 만들어온 회사가 레너드 번스타인,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오자와 세이지 등과 협연한 전통이 있는 음악학교를 운영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일부 졸업생은 뉴욕연방법원에 학교 매각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다.

라이더대가 웨스트민스터칼리지를 매각한 것은 재정난 때문이다. 라이더대는 2015년 이후 웨스트민스터가 107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재정난에 빠진 미국 대학이 잇따르면서 중국 기업이 호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워싱턴 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2015~2016년 66곳의 미국 대학이 문을 닫았다. 중국 기업이 사들인 미국 대학은 2015년 이후에만 네 곳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자본이 앞으로도 재정난을 겪고 있는 미국 대학에 손을 뻗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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